어중간한 맥시멀리스트의 행복

더 행복하기를 소망하며

by 상생

취미왕 정도는 아니지만
무엇인가를 좋아하기 시작하면
조금 집요하게 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중 취미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 ‘모으는’ 수준에 가까워서
미니멀리즘이 대세인 요즘 트렌드는
나는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큰 부류로 따지자면
일단 꽃이다.
선인장과 비슷하게 생긴 다육식물들을 많이 키우고 있고, 사시사철 다양한 형태와 색의 꽃이 피는 제라늄을 베란다에서 키우고 있다.


예뻐서 사면 또 잘 키워서 죽이지도 않고,
새로운 품종을 보면 어떻게 클지, 어떤 꽃을 피울지가 궁금해 또 들이게 된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하면서
제일 먼저 나에게 선물했던 게
꽃이 핀 양란과 석곡이었으니
나는 진짜로 꽃을 좋아하긴 한다.
지금도 꽃이 한가득한 베란다에서
아침을 시작한다.


두 번째는 음악이다.
특정한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말 그대로 모든 장르의 음악을 듣는다.
어려서는 카세트테이프와 LP,
자라서는 CD, 그리고 MP3 파일들,
지금은 음악 유튜브 구독이 많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CD들을 살펴보면
클래식, 가요, 팝까지
장르도 참 다양하다.
음질도 중요하게 여긴다.
마음을 간질이는 사운드를 주는
오디오, 그러니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계도
완전한 마니아만큼은 아니지만
꽤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취업하고 첫 보너스를 탔을 때
꿈에 그리던 커다란 인켈 오디오 세트를 사고
행복해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연히 지금도 조금씩 업그레이드 중이다.

다음은 예쁜 비즈들이다.
형형색색의 천연석.
특히 각각의 의미를 지닌
천연석들을 좋아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색의 돌들이
자연에서 왔고
저마다의 기운을 지닌다는 사실이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가공된 천연석으로
팔찌와 목걸이를 만들어 착용하고,
선물하기도 한다.
솜씨는 나쁘지 않아서
친구들에게 선물도 하고
전문적으로 만들어 팔아보라는 말도 듣곤 한다.



마지막은
예쁘지만 절대 필요하지 않은
작은 인형들 수집이다.
비싸지 않은 아이템 중에서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소품들을 모은다.
아무거나는 아니다.
나 나름대로 스토리가 있어야 하고
디테일도 중요하다.
나와 함께한 시간이
3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촌스럽지 않고
보면 여전히 행복해지는 것들이다.



가장 짧은 수집 취미는 그릇이다.
예쁜 찻잔과 티팟은
가끔 친구들과의 모임에 소환된다.
그들이 내게 소중한 존재임을,
대접받아 마땅한 사람임을
조용히 알려주는 데 쓰인다.


여행도 좋아하지만
수집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여행이 기억 속에서
나를 풍요롭게 해 준다면,
이렇게 모아 온 나의 사랑스러운 애장품들은
실존으로 내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고
더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지금까지 이런 쓸모없지만 예쁜 것들에게
쓴 시간과 돈을 아꼈다면
은행 잔고는
지금보다 더 풍요로울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내 취향에 충실하면서 나를 존중하고
아끼는 법과 참는 법도 배웠고,
더 행복해졌으며
나를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더 들어도
무언가를 좋아하는
이 마음에 귀 기울이며
포기하지 않고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퍽퍽한 세상에서
스스로를 사랑하고 각자의 방법으로
자기만의 소박한 즐거움을
잘 찾아가기를 응원한다.


천천히 재미있게
활기 있는 삶을 누리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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