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삶의 문 앞에서

익숙해서 더 조심스러운 하루의 시작

by 주소영

도서관 문을 열었다.

낯익은 풍경이 나를 맞았다.

책장은 낮고 책들은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공기엔 종이 냄새가 은근히 배어 있었다.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모든 것이 조용했다.

누군가의 하루가 시작되기 전 아주 잠깐 머무는 정적 같았다.


천천히 걸었다.

발소리가 바닥에 스며들었다.

대출반납 데스크 위엔 작은 메모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신착 도서 정리’, ‘독서 퀴즈 대회 문제 출제’

익숙한 글씨체였다.

그 시절 나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메모를 남기곤 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나는 내 하루를 내 방식대로 살아내려 했다.


책장 앞에 섰다.

손끝으로 책등을 천천히 짚었다.

무언가를 확인하듯 되짚듯

표지도 색감도 오래된 기억처럼 조용히 다가왔다.


그 순간 문득 이 하루가

진짜로 다시 주어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이 아니라면

나는 오늘 다시 살아볼 수 있을까.


누군가 북도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주소영 선생님.”


고개를 들었다.

목소리는 또렷했고

기억 속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던 따뜻한 울림이었다.


문 쪽으로 걸었다.

누가 기다리고 있는지

무슨 일이 펼쳐질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지금

다른 삶의 문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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