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도서관에서

말없이 곁이 되어 준 한 사람

by 주소영

관리자가 말했다.

“평소에 수업도 없는데 방학 때 독서캠프는 해야지.”

그 한마디로 모든 게 정해졌다.

그건 부탁이 아니었고 협의도 아니었다.

그냥 시킨 일이었다.


그 겨울, 나는 임신 7개월이었다.

도서관에서 일주일간 독서캠프를 운영했다.

계획부터 학년별 프로그램 구성, 자료 제작, 진행 순서까지 꼼꼼하게 준비햤다.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다.

함께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힘들지 않냐고 묻는 사람도 없었다.

누구에게 부탁하기도 어려웠다.

그냥 그렇게

조용히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졌다.


몸은 힘들었다.

바닥에 앉았다 일어났다 반복하면서

배는 자주 뭉치고 허리는 늘 뻐근했다.

앉아 있자니 숨이 찼고, 서 있자니 다리에 쥐가 났다.

도서관 안엔 히터 돌아가는 소리만 들렸고,

가끔 책상 끄는 소리만이 적막을 깼다.


그날도 아무 말 없이 책을 옮기고 있었는데,

문이 열리고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평소에도 자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내가 마음을 놓고 지내던 선생님.

특수학급 보조샘이었다.


그 선생님은 내 옆에 가만히 서서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샘아, 내가 같이 해줄게.”


그 말이 그렇게 따뜻하게 들릴 줄 몰랐다.

형식도 없고 위로도 아니었다.

그냥, 평소처럼 건네는 말투였다.

오히려 그래서 더 위로가 되었다.


“내가 도와줄게”보다,

“같이 하자”는 그 말이

그날 내 하루를 붙잡아줬다.


그 뒤로 며칠 동안,

그 선생님은 늘 내 옆에 있었다.

별말 없이 필요한 일을 알아서 도와줬고,

아이들 활동도 나눠 챙겨줬다.

무겁고 버거웠던 하루에

그 손길 하나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정말 너무 고마워요."


행사는 잘 끝났다.

아이들도 즐거워했고,

문제없이 마무리됐다.


그리고 그냥 끝났다.

고생했다는 말도 잘했다는 말도 없었다.

그냥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지나갔다.


나는 계획했고, 운영했고, 책임졌지만

그 겨울의 일은 어느 누구의 입에도 오르지 않았다.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없이

그 시간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다.


그건 분명

내가 직접 한 일이었고,

쉽지 않은 일이었고,

누군가는 알아주었으면 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끝까지

그건 티 나지 않는 일이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시간 속에서

단 한 사람의 온기가 오래도록 남았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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