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된다고 했는데도

도서관은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닙니다

by 주소영

겨울의 어느 날이었다.

업무 담당 선생님이 도서관으로 찾아왔다.

“월요일에 스케이트장 체험에 못 가는 아이가 있는데요,

그 시간에 도서관에서 좀 봐주실 수 있을까요?”


나는 시간표를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날 오전에 수업이 있습니다.”

“아, 그러시구나.”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대화가 계속됐다.


“그냥 한쪽에 앉아 있게만 하면 돼요.

조용히 있을 거예요. 수업하시면서 같이 계시면 되지 않을까요?”


나는 당황스러웠다.

이미 어렵다고 말했는데,

계속 되풀이되는 말.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가 그 시간에 수업을 해야 하는데도 저한테 그 아이를 맡기시겠다는 건가요?”


그러자 돌아온 말.


“아니에요. 맡기라는 건 아니고… 그냥 도서관에 있게 하면 좋겠다는 거예요.”


그 순간, 말이 선을 넘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거절했는데도

계속 부드러운 말투로

사실상 같은 요구를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더는 반복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 제가 직접 관리자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수업 중이라 이건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 말을 하자,

상대의 표정이 확 굳었다.


“됐어요.”

툭 내뱉고 돌아섰다.


말은 짧았고,

감정은 또렷했다.

‘말 참 길게 하시네요. 안 도와주시겠다면 됐어요.’

그런 식의 뉘앙스가 그대로 전해졌다.


그 자리에 서서,

나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나도 정식으로 시간표에 들어가 있는

학생들과 책으로 수업하는 교사다.


그런 나에게

‘그냥 아이 하나 앉혀두면 되지 않냐’는 말은

내 수업을, 내 시간을, 내 자리를

존중하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들렸다.

'안 된다고' 한 말이

왜 이렇게 가볍게 취급되는 걸까.

그 시간 수업을 해야 하는 교사라는 건

왜 아무 상관없는 일이 되어버리는 걸까.


점심시간, 동료에게 그 상황을 이야기했다.

“그냥 앉혀만 두면 된다고 계속 말하더라고.

내가 안 된다고 했는데도 말이 끊이질 않았어.

결국 내가 교장선생님께 직접 말씀드리겠다고 했더니,

‘됐어요’ 하고 성질을 내더라.”


동료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건 당연히 네가 그렇게 말해야지.

그건 도와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야.”


그 말에 마음이 조금 놓였지만

속은 여전히 무거웠다.


이런 일, 처음이 아니다.

수업에서 배제된 아이들,

‘잠깐만 도서관에 앉혀두면 된다’는 말.

그 ‘잠깐’에는 늘

내 수업과 내 자리가 예외처럼 취급된다.


도서관은 교실이다.

아이들과 책으로 배우고

생각을 나누고

활동하며 성장하는 공간이다.


나는 이 교실을 책임지는 교사다.

그 자리를 설명하고 지켜내는 일,

때로는 거절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일요일 연재
이전 04화그 겨울, 도서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