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고 싶었던 나에게
사라지고 싶었던 나에게
어느 순간부터
내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선생님으로는 잘 살아내고 있었지만
‘나’로서는 잘 지내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하루하루 쌓이는 피로와 무력감,
당연하게 넘겼던 말들과 시선,
지워도 되는 사람처럼 살았던 나날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벅차게 밀려왔다.
도망치고 싶었다.
아무 말도 듣지 않고
아무도 돌보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그냥 사라져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더 힘들었다.
이 글은
그 시간들을 조용히 지나온 나에게 쓰는 기록이다.
결국 사라지지 않았고,
사라지지 못했고,
그래서 더더욱 나를 마주해야 했던 시간들.
조금씩 다시 나를 붙잡고,
조금씩 덜 미뤄두고,
조금씩 더 이해하면서
이제는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엔,
나를 지우지 않고 살아보기로 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