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 자리를 비운 사람

말없이 떠난 자리, 누군가는 채워야 했다.

by 주소영

도서관활용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에 들어온 지 4분 만에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비우셨다.


아이들은 자리에 앉기도 전에 흩어졌고

나는 아이들의 책 선택을 도우며 동시에 아이들을 지도했다.

도서관은 그렇게 또 한동안, 혼자 감당해야 하는 공간이 되었다.


30분쯤 지나 선생님이 돌아오셨다.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확인하셨다.

아이들, 그리고 나에게 어떤 안내도 설명도 없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기 직전 아이들에게 필요한 책을 대출하라는 말과 함께 인솔해서 나가시던 중이었다.

아이들이 대부분 도서관을 빠져나갔을 무렵 나는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말했다.


“선생님, 혹시 어디 다녀오셨어요?”

아, 교감 선생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짧은 대답 뒤, 나는 더는 넘기지 않고 이야기했다.


“선생님, 지난번에도 이러신 적 있으신데,

수업을 신청해 놓고 자리를 비우시면

아이들 관리는 전부 제가 하게 됩니다.

저도 자리를 비워야 할 일이 있지만

아이들 때문에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곤란합니다.”


선생님은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답하셨고

그날 수업은 그대로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며칠 후,

동료 선생님을 통해 그날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 담임 선생님은 학년연구실에서

“사서 선생님이 나한테 그렇게 얘기했다니까?”

그리고 동시에 업무 이야기도 아닌 본인의 개인적인 일을 하필이면 그 수업시간 중에 하러 간 것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고 했다.


다행히도

그 상황을 전해준 동료를 포함해

여러 선생님들이 내 입장을 이해해 주었다.


“수업 시간에 자리를 비우신 건 선생님이 잘못이죠.”

"사서선생님께 얘기는 하고 가셨어요?, 아마 얘기했더라면 사서선생님이 양해해 주셨을 것 같은데요?"

“그 상황이면 사서 선생님이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지.”


조용한 지지였고

그날 도서관에서 내가 홀로 감당한 현실을 이해해 주는 말들이었다.

말없이 떠난 자리, 누군가는 채워야 했다.


그날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실제로 자리를 지킨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 빈자리의 책임을 대신 지면서

나는 다시 한번 느꼈다.

도서관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누군가가 ‘책임지고 지켜야 하는 수업 공간’이라는 것을.


말없이 떠난 사람은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말없이 그 자리를 채운 사람은

그 하루를 결코 잊지 못한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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