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이 아닌 일까지

오늘도 내 자리에

by 주소영

출장 보고를 했다.

관리자는 물었다.

“그럼 도서관은 누가 여나요?”


문 닫는 건 쉬운데

그걸 내가 닫겠다고 말하는 건 쉽지 않다.

문을 닫으려면 설명이 필요하고

열려 있으려면 내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수업도 그렇다.

신청은 되어 있지만

아이들만 도서관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선생님이 함께 왔다가

잠시 자리를 비우시는 때도 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이들만 남아 조용히 앉아 있고

나는 그 옆을 지키게 된다.


책을 읽는 듯하다가

“이 책 어디 있어요”

“저번에 읽던 책 찾아주세요”

하나둘 말을 건다.


나는 그 시간에 하려던 내 일은 잠시 미뤄두고

자연스럽게 아이들 사이를 오간다.


가끔은 연락이 온다.

“오늘 몇 명만 지도해야 해서요

나머지 아이들 도서관으로 보낼게요.”


그 말 한 줄이면

그날 도서관은 조금 더 북적인다.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이야기는 없지만

그 상황을 감당하는 일은

자연스럽게 내 몫이 된다.


그런 날이 반복되다 보면

이게 누구의 일이고, 어디까지 해야 하는 일인지

경계가 조금씩 흐려진다.


그래서 이제는 그냥

조용히 받아들이게 됐다.


섭섭해하지 않기

기대하지 않기

그리고 굳이 따지지 않기


그냥 오늘도 내가 한다.

내 일이 아닌 일까지...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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