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제자리에 있기까지

보이지 않는 수고

by 주소영

도서관에서는 해마다 정기적으로 장서점검을 실시한다.

전체 장서를 대상으로 책의 상태를 확인하고

훼손·분실 여부를 기록하며, 자료의 위치를 바로잡는 작업이다.


이 일은 단순히 바코드를 찍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책 한 권 한 권을 꺼내어 바코드를 찍고

찢어지거나 더러워진 책은 따로 모은다.

표지가 훼손된 책, 낙서가 심한 책, 낡아서 더는 쓰기 어려운 책도 모두 따로 정리해 폐기나 교체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청구기호 순서대로 자료를 다시 꽂으며

엉킨 서가의 배열을 바로잡고

제자리를 벗어난 책은 다시 분류한다.

책을 꺼냈다 다시 꽂고

책장의 위아래로 수십 번 허리를 숙이고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서가 아래쪽을 정리할 땐 무릎을 꿇고 엎드려야 하고,

상단 칸의 책을 점검할 땐 팔을 뻗고 까치발을 들어야 한다.

책장 라벨과 서가 위치를 하나씩 확인하고

기준에 따라 정렬 상태를 고친다.

자료 위치를 조정하다 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하루 이틀 만에 끝나는 일이 아니다.

한 차례 점검이 끝날 때까지 며칠이 걸리고,

하루 중 몇 시간씩 집중해서 작업해야 한다.

책장 사이를 오가며 먼지를 먹고,

쌓인 피로가 몸에 고스란히 남는다.


이 모든 과정은

학부모 도우미 어머니들의 협조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서가를 나눠 맡아 함께 바코드를 찍고

무거운 책을 나르고 자료 상태를 함께 살핀다.

책 위치를 정리하고 훼손된 책을 골라내고

하루 동안 여러 시간 동안 함께 땀 흘리는 일이다.


고된 일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책을 들었다 놨다 하기를 수백 번,

책장 아래로 몸을 숙였다가 다시 일어서기를 수십 번 반복한다.

몇 시간이고 같은 자세로 작업하면 몸이 저리다.


그래서 더 좋은 대접을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식사 한 끼 따뜻한 밥 한 그릇이라도 대접하고 싶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건

김밥이나 샌드위치 그리고 간단한 음료 정도다.

그마저도 예산 지원이 쉽지 않아

때로는 사비로 준비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도

함께 웃으며 묵묵히 일해 주시는 도우미 어머니들께

늘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뿐이다


장서점검은 도서관 운영의 기초다.

책이 살아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해선

보이지 않는 이 수고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게 쌓인 수고들이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게 한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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