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신경을 써도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해요. 소화가 안되는 날도 많고요. 주로 설사를 하지만 변비에 걸리는 날도 많아요. 주변에서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며 성격이 예민해서 그렇다는데 맞나요?”
며칠 전 만난 환자분은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의심된다며 잦은 설사와 복통의 원인을 궁금해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소화기 질환으로 대장 내시경을 비롯한 각종 검사에서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지만 복통, 복부 팽만감과 같은 불쾌감이 반복되며, 설사 혹은 변비 등의 배변습관 변화가 나타나는 기능성 위장관 질환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유형
증상에 따른 과민성 장증후군의 유형은 복통형과 설사형, 가스형, 자율신경형, 변비형으로 나눌 수 있다.
복통형은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증상이다. 주로 배꼽 주위와 아랫배가 아프며 배가 사르르 아프다가 대변을 보고 나면 복통이 줄어든다.
설사형은 소량의 묽은 변, 가는 변을 보는 유형으로 설사 전에 긴박감을 느껴 화장실로 급하게 가게 되고, 배변 후에도 잔변감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주로 아침에 많고, 식후마다 매번 간다는 경우도 있다.
가스형은 아랫배에 가스가 가득 찬 느낌이 있고, 방귀를 유난히 자주 뀌며 자신도 모르게 방귀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또 배에서 꾸르륵 소리, 물소리가 수시로 난다.
자율신경형은 평소에는 괜찮지만 긴장, 불안, 스트레스 상황에서 증상이 심해진다. 우울증, 공황장애, 강박 성격 등의 심리적 문제를 동반하며 예민하고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에서 잘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변비형은 조금만 신경 써도 대변이 안 나오며 여행을 가거나 화장실이 바뀌면 변을 못 보는 경우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 대장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나요?
위와 같은 증상이 있는 경우 환자분들은 혹시 장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게 된다. 가장 많이 걱정하는 것은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대장암의 여부이다. 하지만 대장암이 발생한 경우보다 기능성 질환인 과민성장증후군인 경우가 많다.
임상적으로 대장암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50세 이상의 나이, ▷대변에서 피가 나온다 ▷식사는 잘하는데 체중이 줄었다 등이다. 예를 들면 65세의 환자가 복통이 있으면서 변비가 갑자기 발생했거나 하는 경우 대장내시경을 반드시 시행해 보아야 한다.
하지만 20대 회사원으로 최근 업무량이 많고,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 복통과 설사가 생겼다고 한다면 대장암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또 과민성장증후군이 대장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과민성장증후군은 대장암과는 완전히 다른 병이다. 과민성장증후군은 대장암의 위험인자가 아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원인은 불완전한 소화 & 자율신경의 부조화
한의원에서는 장이 예민해진 것을 2가지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첫째로는 위-소장에서의 불완전한 소화이다.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의 절반 정도는 위-소장에서의 소화, 흡수능력이 저하되어 있다. 먹은 것이 제대로 소화가 되지 않아서 불완전하게 소화된 상태에서 대장으로 넘어가게 되기 때문에 이를 미생물이 처리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가스가 생기게 되고 장 점막을 자극하게 되어 설사, 복통이 발생하게 된다.
둘째로는 자율신경의 부조화이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불균형에서 내장감각의 과민성이 발생한다. 이런 경우는 실제로 가스가 그리 많은 것도 아닌데 감각의 역치가 감소되어 있기 때문에 과도하게 반응하게 된다.
한의원에서는 위장질환 설문검사와 자율신경 균형 검사, 설진 및 입 냄새 검사, 맥진과 복진 검사 등 과민성대장증후군 진단 프로그램을 통해 과민성대장증후군을 확진하며, 위소장의 소화력을 향상시키면서 소화효소 위산분비 등을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탕약과 약침 등의 처방과 생활요법 지도를 통해 증상 개선을 도와준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설사나 복통으로 한의원을 찾는 분들 중 대다수가 해당할 정도로 매우 흔한 질환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은 아니지만, 환자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과 함께 사회생활이나 직장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삶의 질을 현저히 저하시킬 수 있어 증상을 개선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증상을 유발하는 음식을 삼가고, 스트레스를 이길 수 있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며,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 수면 습관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증상이 지속된다면 가까운 한의원에 내원하여 자세한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