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qkrsnrn Feb 03. 2024

그릇은 늘 작을 것이다


그릇이 터무니없이 작다. 그릇은 늘 작을것이다. 잘 다듬어진 그릇에 담긴 내용물을 읽어내면 그것이 부분임이 느껴진다. 그것으로부터 이미지와 형용들이 흘러들어온다. 그것으로 원형의 크기를 짐작해보면 그릇에 담긴 내용은 늘 부분이다. 내가 담았다면 혹은 저 그릇에 담았다면 나는 다른 부분을 떼올 것이다. 나는 그릇을 만드는 일만큼이나 다른 그릇을 고르는데 시간을 쓸 것이다. 많은 고심이 필요할것이다. 이따금 모든 것들을 그릇에 담지 말자는 선언을 하고픈 충동이 인다. 모든 것이 그릇으로부터 해방되어 중첩도 중복도 반대도 상충도 아이러니도 평평히 넓은 땅에 떨어져 차분히 침전된다. 하지만 땅은 평평하지않고 평평해 보이더라도 시각보정을 요하는 오차범위로 서로 다른 굴곡을 만들어낸다. 그릇에 담겨있는 것들도 서로 다른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지거나 튕겨지거나. 혹은 더 오래 튕겨지거나 땅을 더 깊이 파고들거나. 




작가의 이전글 5,760분치 편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