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 아트스페이스 <머무르지 않는 사람의 노래>
새롭게 사귄 친구와 함께 좋아하는 안규철작가의 전시를 보러 갔다. <안보이는 사랑의 나라> 이후로 안규철 작가의 전시는 처음이었다.
함께한 친구는 서포터즈로 활동하면서 가까워졌는데, 안규철 작가 뿐만아니라 필름카메라라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나는 필름을 찾고, 그 친구는 필름을 사기위해 우리는 시청역 인스튜디오에서 그날의 만남을 시작했다.
각자의 볼일을 마치고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전시장으로 향했다. 전시는 광화문 교보문고 아트스페이스에서 진행 중이었다. 오픈날 가고싶었지만 시간이 맞지않아 가지 못했고.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오픈하고 바로 다음 날에 전시를 보러갔다.
넓은 공간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더 좁아서 놀랐다. 그치만 전시장 밖 벽에 붙어 있는 포스터와 입구에 가지런히 적혀있는 타이틀과 설명들. 그리고 팜플렛은 변함없이 나를 설레게 한다.
전시에 들어서고 가만히 느꼈다. 무엇을 얻어가려는 마음은 비웠다. 영상작업을 읽어내려갔다. 영상에 담긴 한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목소리와 단편적인 이미지의 움직임으로 표현되는 프로젝트의 과정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7년전 작업이라는 것에 가슴이 쿵하고 울렸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이미 울림으로 소리내어지고 있다는 것이. 그 용기가 고마웠다. 그 파장이 시작된지 오래된 것이어서 그저 그 옅은 퍼짐을 느꼈다.
필사를 했던 것 처럼, 안규철은 나의 분을 그곳에 남겨두고 갔다. 내가 그에게 느낀 고마움에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을 미리 마련해두었다. 나는 그것에 다시 한번 감동했다.
나와 친구는 근처에서 점심을 먹은 뒤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 되서 다시 돌아오자고 했다.
예전에 한번 먹었던 적 있는 쌀국수집*에 갔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쌀국수와 버섯 볶음국수를 시켰다. 그리고 옆테이블의 직장인들이 시키는 것을 보고 사이공 맥주를 따라 시켰다.
취하는 방법은 빨리 마시는 것이다. 새로 사귄 친구 앞에서 나는 나의 입을 열기 위해 적당히 속도를 냈다. 우리는 전시이야기를 시작으로 전공에 대한 이야기, 졸업에 대한 이야기, 전시(주체자로서의)에 대한 이야기, 작품을 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 미래에 대한 이야기, 포트폴리오에 대한 이야기.. 정신차려보니 면발들은 팅팅 불어있었고 우리는 그것들을 입에 넣으면서도 그것이 불었다는 것을 다 먹은 후에야 눈치챘다.
그날 점심식사의 계산을 또 다시 허락해버렸다. 나는 아직 이게 어렵다.. 다음 전시를 기약하며 다행히 다음번은 내가 사겠다고 친구의 앞에서 다짐할 수 있었다.
전시장으로 다시 향하는 길에 나는 사실 약간 취했다고 친구에게 고백했다. 약간은 수줍은 투로 말하면서 나는 조금은 가까워졌다고 느꼈다.
도착한 전시장에는 톤이 다른 흑백의 아크릴 물감들이 칸별로 준비되어 있었다. 끝이 둥근 붓을 잡으니 오랜만이여서 설레는건지 원래 기분이 좋았던건지 알 수 없었다. 나와 친구는 집중하여 칠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다시 오자고 했다. 광화문에 올 때마다 이곳에 들러 이 그림이 얼마나 완성되었는지 보자고. 그때에도 그때의 나의 분을 채우자고.
그날의 오후와 밤이 어떻게 마무리 되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러 다짐들과, 전시장 밖을 나서 쌀쌀한 바람과 따뜻한 햇볕을 동시에 피부로 맞이하며 했던. 작품을 만들어야지하며 설렘과 같이한 마지막 다짐만이 기억에 남아있다.
전시정보
제목 머무르지 않는 사람의 노래
장소 교보아트스페이스 (광화문역 3번출구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1가 1 교보생명빌딩 B1 교보문고)
기간 2019.11.19-2020.01.05 (매일 11:00~20:00)
관람료 무료
작가 안규철, 전명은
*
예전에 한번 먹었던 적 있는 쌀국수집
가게이름 사이공
위치 종각역 1번출구 혹은 광화문역 4번출구에서 도보 5분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 종로1가 24 르메이에르종로타운 1층)
그날의메뉴 양지쌀국수, 버섯볶음면, 사이공맥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