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대부분 시간 동안 우리가 느끼는 감각은 짧다. 알람 소리, 메시지 알림, 배고픔, 누군가의 한마디. 자극이 오면 그 자리에서 짧게 반응하고, 다음 자극이 오면 그쪽으로 옮겨간다. 머릿속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어제의 한 장면, 오늘 해야 할 일, 누군가 했던 말. 수많은 잡념들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사라진다. 이런 짧은 자극과 짧은 생각을 따라가는 동안, 우리는 몸의 어느 한 자리에서만 살고 있다. 안 그래도 좁은 한 점에서 다음 한 점으로 옮겨 다닌다.
그런데 충분히 오랜 시간을 들여 한 자리에 머무르면 평소와 다른 감각이 드러난다. 물론 처음 얼마 동안은 짧은 자극과 잡념이 여전히 줄지어 일어난다. 그러다 어느 시점부터 짧은 자극으로는 감지되지 않던, 더 오래 머물러야 살아나는 감각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우선 온도로 드러난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몸은 식어야 하는데 오히려 따뜻해진다. 무언가 몸 깊숙이 밀집해 있다. 그런데 동시에 그 무언가가 몸 전체를 팽팽하게 채우고 있다. 같은 부피인데 밀도가 달라진 느낌이다. 호흡조차 그 감각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가라앉은 채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들이 드러난 날은 하루 종일 온몸을 감싼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한 가지 사실에서 출발해 본다. 우리의 몸은 균등한 한 덩어리가 아니다. 바깥쪽일수록 짧은 자극에 즉각 반응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고,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더 느리고 깊은 리듬을 가진 것들이 자리한다. 피부와 표층 근육은 시시각각의 환경에 응답해야 하므로 바깥에 있다. 반면 심장의 고동, 호흡의 흐름, 그보다 더 안쪽의 미묘한 작용은 외부 자극에 흔들리지 않은 채 자기 리듬을 유지해야 하므로 안에 있다. 짧은 리듬은 바깥, 긴 리듬은 안. 이것은 우연한 배치가 아니다. 살아 있는 몸이 자기를 지키는 방식이다. 흔들려야 할 것은 바깥에 두고, 흔들리지 않아야 할 것은 안에 둔다.
그러므로 한 자리에 오래 머물면서 의식이 짧은 자극과 잡념에서 벗어나는 일은, 비유가 아니라 사실로서 '안쪽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잡념에 끌려다닐 때 의식은 몸의 바깥 표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묶여 있다. 그러다 충분한 시간이 흐르면 의식은 그 표면의 흔들림을 떠나 더 안쪽의 감각으로 옮겨간다. 요가 전통이 명상의 자리로 가리키는 차크라들이나, 동양 수련이 가리키는 단전이 모두 몸 안쪽 깊은 곳에 자리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깊다'는 말은 거기서 비유로만 쓰이지 않는다. 그것은 실제로 더 안쪽이고, 더 긴 리듬이 있는 자리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일이 있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즉 의식이 더 좁고 깊은 자리를 향할수록, 느껴지는 감각의 영역은 오히려 넓어진다. 모이는데 펼쳐진다. 좁아지는데 광활해진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처럼 들리지만, 한자리에 충분히 오래 앉아본 사람은 그 일을 안다.
긴 리듬은 짧은 리듬을 자기 안에 품는다. 더 긴 주기의 흐름이 짧은 주기의 흔들림들을 자기 시간 안으로 끌어들여 한 흐름으로 만든다. 동조라고 부를 수 있는 일이다. 짧은 리듬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긴 리듬의 흐름 안에 포함되어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니 의식이 더 안쪽의 긴 리듬에 가닿을수록, 그 안쪽의 긴 리듬이 바깥쪽의 짧은 리듬들을 차례로 끌어안는다. 의식의 자리는 안으로 들어가는데, 그 자리에서 감지되는 영역은 안에서 바깥까지 통째로 펼쳐진다. 깊어지는 일과 넓어지는 일이 하나의 사건이다.
합주를 떠올려본다. 무대 위에서 여러 악기가 각자의 박자로 따로 소리를 내고 있을 때 그것은 그저 소음이다. 그러나 어느 한 악기가 더 긴 호흡의 선율을 시작하면 다른 악기들이 그 선율 안에 자기 박자를 맞추기 시작한다. 짧은 박자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긴 선율 안에 자리를 찾아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따로 놀던 소리들이 하나의 음악이 된다. 의식이 깊어질 때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이와 같다. 안쪽의 긴 리듬이 깨어나면 바깥의 짧은 리듬들이 그 안에서 자기 자리를 찾는다. 깊은 의식이 몸을 깨운다는 말은 이런 뜻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물음이 남는다. 이렇게 깊어지고 넓어지는 일이 정말 내 몸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인가. 깊어진 의식이 자기 몸을 넘어 어딘가에 연결된 느낌은 무엇인가. 이 물음은 다음 글로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