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 예산 정리
제주에 다녀왔다. 6박 7일, 섬의 공기를 오래 머금고 돌아온 뒤 장부를 펼쳤다. 비행기는 떠날 땐 아시아나, 돌아올 땐 진에어를 탔다. 2인 기준 왕복 294,800원. 창밖의 하늘은 갈 때와 올 때가 달랐다. 갈 때는 설렘이 섞인 붉은빛이었고, 올 때는 조금 눅눅해진 회색빛이었다.
첫날 숙소는 샬롬 호텔. 늦은 시간에 도착했으니 그저 잠만 잘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고, 야놀자에서 71,950원에 예약했다. 둘째 날부터는 숙소에 힘을 주었다. 그랜드 조선 제주, 야놀자로 2박에 592,607원. 침대의 탄성, 창밖으로 스미는 바닷바람, 그리고 수영장 물결이 다 좋았다. 바다보다 수영장이 더 좋았다고 말하면 제주가 삐칠까 싶었지만, 그래도 그곳에서 보낸 낮과 밤은 여행의 절정이었다.
넷째 날은 에어비앤비 ‘새녘’에서 2박, 412,862원. 아침이면 창문이 해로 물들었고, 저녁이면 노을이 방 안까지 밀려왔다. 밤마다 창을 열면 바람이 작은 속삭임처럼 스며들어 왔다. 마지막 밤은 에어비앤비 ‘스테이어라이브’에서 177,377원에 묵었다. 그 방의 공기는 묘하게 귀향 전날의 냄새를 품고 있었다.
섬을 온전히 누비려면 바퀴가 필요했다. 무지개 렌트카에서 미니쿠퍼 컨버터블을 빌렸고, 492,575원이 들었다. 지붕을 열고 달리면 제주가 통째로 머리 위로 쏟아졌다. 바람은 날카로웠지만, 그마저도 여행의 일부였다.
먹고 마시고 놀고, 7일간의 경비는 839,920원. 블로그 체험단 덕에 무료로 먹은 날도 있었지만, 공짜라고 해서 더 특별하지는 않았다. 맛과 풍경은 가격과 별개로 기억 속에 남았다. 모든 금액을 더하니 2,882,091원. 이건 여행의 값이자, 일상에서 잠시 벗어난 쉼표 값이었다. 장부를 덮는 순간, 숫자 사이로 여전히 파도 소리가 잔잔히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