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결국해냄 Jul 23. 2024

03 나도 처음부터 T는 아니었어

예전엔 F였던 온라인셀러입니다.

아무 멘토도 스승도 없었다.

그냥 유튜브를 보고 상품등록을 하고 사진을 찍고 회사 다닐 때 어깨너머로 배운 초라하고 어설픈 포토샵 실력으로 상세페이지를 제작했다.

인생의 난이도가 헬모드로 바뀐 순간,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자신감이 생겼다. 나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끊임없이 되뇌었다.

-

한 두 건씩 판매가 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어설픈데 판매가 되니 너무 감사하고 감사했다.

편의점에서 보내다가 택배계약을 했다.

그러고는 처음 온 문의. 자기가 예민한 편인데 하자 없는 상품을 보내달라고 한다.

근데 나도 회사 다닐 시절 누구나 인정하던 예민보스로 거의 인간 개복치로 불렸던 몸.

“알겠습니다.”

-

꼼꼼하게 검수를 하고 며칠 뒤,

다시 문의가 왔고 컵에 이상이 있다고 한다. 사진에도 담기지 않는데 어쨌든 흠이 있는 상품이라고 한다. 사진에도 안담길정도로 미세한…

그때 나는 몰랐다. 왜 상세페이지가 내용이 점점 길어지는지ㅠ

-

 그 사람은 나랑 대화하려는 게 아니었다. 악덕 상인과 싸우는 전사였고 선량한 본인에 맞서는 악덕상인에게 막말과 그 세계관의 기묘한 과학논리를 쏟아냈다. 이 사람한테 만원도 안되는 물건 판매하자고 모욕당하기엔 나의 자존감은 만원보다는 비쌌다.

-

억울함과 분함이 남았지만

그렇게 나는 냉정함을 배우고 그냥 현실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T가 되었다ㅠ


“사업상 로스라고 생각하자.”


하필 제주도 건이었는데 멍청하게도 추가배송비도 설정을 안 해놔서 애초에 돈도 덜 받은 상황에 반품까지 하게 되어 배송비로 1만 원 손해. 컵가격 6500원인데..

나는 바로 상세페이지의 하단에 유리 제품 제조 상의 특징으로 나타날 수 있는 특징을 기재하였다. 그 후로 상대의 상식을 요구하지말고 아무것도 모르는 입장에서 정확한 정보를 기재하는 건 기본임을 배우게 되었다.

-

이렇게 튜토리얼모드를 끝내고 레벨 1의 온라인셀러가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02 위기는 또 위기를 부르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