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넘었고, 미혼이고, 산과 바다가 좋은 시골에서 부모님과 같이 산다.
어릴 때부터 여기를 탈출하고 싶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 작은 꿈을 이룬 듯했으나 10년을 떠돌며 살다 U턴을 했다. 당시 직업이 없는 나를 받아 주는 곳은 지구에 이곳밖에 없는 거 같았다. 그럼에도 처음엔 잠시 머물 곳으로 이곳에 왔다. '나는 더이상 여기 사람이 아니야.'라고 계속 되뇌이고, 쇼핑도 거의 하지 않았고, 고향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나 곧 여기 뜰 거야.'라고 말했곤 했다.
그런데 서서히 스며들게 되더라. 여기 없는 것들이 그립긴 하지만, 10년 떠돌이 삶의 쉼표를, 아니 어쩌면 마침표를 길게 찍고 있다.
여기서는 못 할 거라고 여겼던 많은 것들을 해 나가려고 계획하며 시도 중이다. 조금 심심하지만 계속 손이 가는, 두부 스낵 같은 나의 일상을 공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