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의 시대에 멈춰 서서

쾌락, 욕망 그리고 진짜 행복이야기

by 감정과다처리중


1. 쾌락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지금 우리는 쾌락의 황금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SNS를 열면 끝없이 쏟아지는 자극들

멋진 장소, 근사한 음식, 명품백

남들보다 앞서 있는 누군가의 삶

나도 모르게 그런 삶을 살아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낍니다

남들처럼 보이고 남들보다 앞서야만 할 것 같죠


하지만 고대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쾌락은 고통의 반대말이 아니라 고통이 없는 상태다

그에게 쾌락은 끊임없는 자극이나 소비가 아니라

텅 빈 욕망에서 멀어지고

진짜 필요한 것을 아는 것입니다


그는 욕망을 ‘자연의 GPS’라고 표현했습니다

우리 안의 욕망이 진짜 필요를 향하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를 최고선으로 이끕니다

하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향할 때

그 욕망은 고통의 시작이 된다고 말입니다


2. 왜 풍요로운데도 행복하지 않을까


에피쿠로스는 그리스 아테네에 정착한 뒤

사람들을 관찰합니다

충분한 음식, 돈, 문화 속에 사는 그들이

왜 행복하지 않을까?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것은 가진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즐기느냐에 달려 있다


적은 양의 빵도 올바른 마음가짐만 있다면

성대한 만찬처럼 느낄 수 있다고 했죠

결국 마음가짐이 현실을 해석하는 렌즈라는 뜻


3. 목적지보다 중요한 것


몇 년 전, 가족 여행을 가던 중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도착지까지 계속 네비게이션을 확인했고

남편은 운전을 하며 길을 따라가고 있었죠


그런데 빠져야 할 길목을 지나쳐

한참을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저는 “왜 제대로 네비를 안 봤냐”고

남편을 구박했어요

그때 남편이 말했습니다


“그래도 우리 이 나무랑 꽃들 봤잖아”


그 말에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 길가에 핀 나무와 꽃들이 아름다웠습니다

순간 깨달았습니다.

우회로에서도 아름다운 순간은 충분히 존재한다고



4. 욕망은 끝이 없다


에피쿠로스는 말합니다.

쾌락은 일정 시점 이후에는 더 증가하지 않고

그저 다양해질 뿐이다


우리는 새롭고 더 자극적인 것을 찾기 시작합니다

명품백을 갖고 싶은 마음처럼요

처음엔 그것만 가지면 행복할 것 같지만

그건 잠시뿐. 곧 또 다른 것을 원하게 되죠

그리고 나중엔 빚과 허무만 남습니다


5. 부처의 말과의 만남


최근에 읽은 《초역 부처의 말》에서

이런 문장을 만났습니다


“높은 산에 핀, 손에 닿지 않는 꽃만큼

실제보다 아름다워 보이고

욕망을 부추기는 것도 없습니다.”


손에 잡히지 않는 무언가를 동경하는 마음

그 마음은 자꾸만 우리를 지치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런 욕망이 충족되지 않을 때

우리는 분노하고, 집착하고

고통 속에 갇히게 됩니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반응의 패턴화’라고 표현합니다

쾌락을 쫓고, 불쾌를 피하며 그 반응을 반복하면

우리 삶은 욕망과 고통의 패턴 속에서

점점 자유를 잃어갑니다


에피쿠로스에게 영향을 준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어쩌면 에피쿠로스도 부처의 가르침을 들었을지도 모른다고, 둘은 서로 다른 길을 따라 걸었지만

결국 같은 목적지에 도달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6.나의 고백


저도 그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빠져, 남들보다 먼저

새로 생긴 카페에 가고 예쁜 사진을 찍어 올리며

나 여기 가봤다고 인증하는 삶


그땐 그게 즐거움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결국 나는 더 좋은 장소를 찾기위해

끈임없이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었습니다


주말이면 쉴 틈 없이 움직였고

아이들을 위해서라고 포장했지만

사실은 남들보다 앞서고 싶은 나의 욕망이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 창피한 일이죠


쾌락은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목적이 되는 순간

우리는 끝없는 욕망에 끌려 다니게 됩니다


에피쿠로스와 부처는 같은 말을 합니다.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를 즐기라


그래서 요즘 저는 아파트 놀이터

아파트 앞 공원을 즐깁니다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고

흙을 밟고 나무들 사이에서

가족들과 함께 대화나누는 시간이 행복합니다


길을 잘못 들어도 괜찮습니다

그 길에서도 예쁜 꽃을 볼 수 있다면

우리는 여전히 좋은 여행을 하고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