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그림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누구나 들어본 적이 있는 유명 화가들이 있을 겁니다. 그중 하나가 빈센트 반 고흐. 고흐는 한국인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화가 중 한 명입니다.
고흐의 그림은 살아생전에는 전혀 인정받지 못하다가 사후부터 점점 알려지기 시작해 현재에는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그가 살아생전 작성했던 메모와 동생에게 보냈던 엄청난 양의 편지 들일 것입니다.
그는 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 철학, 상황 등을 편지와 메모 등을 통해 상세히 적어왔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고스란히 보관해 두었던 고흐의 동생인 테오의 아내 요한나 봉허가 고흐가 죽고 난 후 고흐의 스토리를 세상에 공개했습니다. 고흐의 편지와 메모를 통해 그림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 정확히 알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사연 많은 스토리에 많은 관심을 갖고 감정을 자극하는 데에 열광하게 되는 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흐가 왜 노동자들이나 서민들을 중점으로 그렸는지, 왜 정물화를 그렸는지, 왜 색과 형태가 그러했는지 등등 화가의 의도를 편지와 메모를 통해 꽤 상세히 알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스토리를 그림에 비추어 화가의 인생을 화가가 그린 그림으로 표현했다는 식의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관점으로 고흐의 그림을 많은 사람들이 소비하고 잇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그 어떤 화가의 그림보다도 유독 고흐의 그림은 불꽃같은 삶을 살아갔다고 많은 이들이 표현합니다.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 스토리를 그림과 연관시켜 그림을 감상하는 것입니다. 고흐만큼 일반인들이 잘 아는 화가의 스토리는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그의 인생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고, 그에 비추어 그의 그림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그림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원인이 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고흐의 대표작 중 하나로 알려진 '별이 빛나는 밤' 이란 작품. 이 그림을 그리기 전 고흐는 동생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고 합니다. "오늘 새벽에 창밖을 오랫동안 바라보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컴컴한 어둠 속에서 샛별만은 매우 크게 보였지." 이 편지의 내용과 그 당시 고흐의 정신적 상태와 환경적 요소를 고려해 사람들은 이 그림을 보면서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이 그림은 고흐가 죽기 1여 년 전에 그린 작품이니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임을 아는 등 고흐의 스토리를 그림에 투영해 바라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그림에 등장하는 검은 불꽃처럼 보이는 것은 '실상은 사이프러스 나무인데 이 나무가 이글거리는 불처럼 보이는 것은 고흐의 마음의 눈 또는 실제의 그의 눈에 그렇게 비추어 그림에 표현한 것이다, 고흐의 실제 당시의 불안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소용돌이치는 하늘도 같은 의미이다'라는 식으로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미술평론가들의 해석입니다. 고흐가 직접적으로 그렇게 말하거나 적은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미술계에서 고흐가 높이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림을 작가 본인의 개인적인 생각이나 정신을 투영해 그렸다는 것에 의의를 둠으로써 후기 인상주의 화풍이란 멋들어진 이름을 후대에 붙인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고흐의 동생의 아내인 요한나 봉허가 고흐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리는 고흐라는 화가의 존재를 몰랐을지 모릅니다. 그냥 흘러가는 수많은 무명 화가 중 한 명으로 남았을지 모릅니다. 고흐의 그림을 홍보하고, 유명한 미술비평가들에게 고흐의 그림을 어필하고, 고흐의 전시를 개최하는 등의 그녀의 뛰어난 마케팅으로 고흐의 그림이 지금의 엄청난 가치가 된 것은 아닐까요?
한편 그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고흐의 틀로만 보아야 그림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한계가 현대미술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지금의 현대미술은 작가 본인만의 세계나 생각이나 철학을 담은 그림이 높이 평가받는 것이 트렌드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추상미술입니다. 그래서 이런 그림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면 작품이 매우 난해합니다. 작품이 대한 그리고 화가에 대한 정보 없이 작품을 보게 되면 일반인들 눈에 이 추상미술 작품들은 그저 낙서처럼 보이기도 하고 혹은 그림 같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 보기 힘든 게 지금의 현대미술의 한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주류 미술계는 보이는 것을 그대로 보이는 것 같은 전통적인 그림을 전혀 높이 평가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것들은 이미 과거에 수많은 작품들이 남아있고, 또 카메라와 같은 실사를 표현하는 수단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더 이상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주류 미술계에 인정받으려면 무언가 획기적인 작가의 철학이나 세계관이 담긴 독창적인 작품만이 가치를 발생시킵니다.
우리가 뛰어나다고 평가하는 것들이 과연 정말 뛰어난 것일까? 그 뛰어나다고 하는 것은 누가 어떻게 가치를 매기는 것일까요? 그리고 당연시하게 천재라고 일컬어지는 위인이라 불리는 이들이 과연 정말 그러한 사람들일까요? 그런 사람들을 위인으로 등극한 것은 누구일까요?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주제이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