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우리에게 절대왕권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인물 중 하나가 프랑스 태양왕 루이 14세입니다. 프랑스 루이 14세의 집권 초기에는 귀족들의 권력이 너무 강했습니다. 그는 아버지 루이 13세가 급서 하면서 5세 무렵에 왕으로 즉위했습니다. 어린 그에게 국사를 맡기기에는 무리였기에 그의 어머니가 섭정을 했고 그 뒤에는 그 당시 재상인 쥘 마자랭이 국사를 맡았습니다. 그의 집권 초기는 직접 친정을 하기 전까지 귀족들의 조롱과 간섭을 받으며 조용히 힘을 길러야 했었습니다.
1661년 23세가 된 루이 14세는 친정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는 귀족들의 정치 참여를 최소화하고 자신의 발아래 둘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합니다. 그는 귀족이 아닌 능력이 우수한 부르주아들을 국가 요직에 두며, 지방에 관리를 보내 귀족들을 감시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루이 14세의 핵심 인물인 부르주아 출신의 콜베르 총리의 아이디어로 귀족들의 부를 줄임으로써 그들의 권력을 약화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게 됩니다. 바로 귀족들이 스스로 돈을 흥청망청 쓰게 하여 사치 생활을 물들이게 함으로써 그들을 조정하려 한 것입니다.
이러한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 중 하나가 바로 베르사유 궁전의 건축입니다. 루이 14세는 이 궁전에 귀족들을 머물게 하고 매일매일 사치스러운 파티를 열게 하고, 그들의 사치 문화(패션, 회화, 조각, 건축)를 형성하게끔 유도해 귀족들의 돈을 탕진시키고, 정치에 무관심하게 만들며, 귀족들이 왕에게 자연스럽게 복종토록 유도했습니다. 이때 루이 14세는 귀족들에게 국왕 직속의 화장실 시중 담당이라든지, 심부름꾼이라든지 하찮은 일 등에 직함을 하사했습니다. 그리고 귀족들은 이를 가문의 영광인 양 매우 감사해했고, 이런 직책과 직함을 따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들을 서로 경쟁하며 치열하게 따냈다고 합니다.
이렇듯 그는 왕권의 강화와 귀족들의 권력 약화를 위해 베르사유의 귀족들에게 일상생활 하나하나의 귀족들의 에티켓을 만들어 강요하며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교양스러운지 규정함으로써 그들을 발아래 두었습니다.
또 다른 전략으로 콜베르는 프랑스 작가 샤를 페즈에게 프랑스 귀족 특히 여성들이 패션에 관련해 사치 패션 트렌드를 만들기 위해 이와 관련된 동화를 만들어 달라 의뢰합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작품이 상드리용, 지금의 우리가 알고 있는 신데렐라 이야기입니다.
더 아름답고 화려한 드레스와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왕자에게 눈에 띄어 사랑하게 되어 결혼한다는 이 스토리를 귀족 여성들은 빠져들게 되어 신데렐라와 일체감을 느끼게 됩니다. 자신도 신데렐라처럼 아름답고 화려한 패션으로 자신이 원하는 귀족 또는 왕가의 남자와 결혼할 수 있다는 것이 학습되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그 귀족들 사이에선 그것이 대유행이 되어버려 다른 누구보다 더 패션에 집착하게 됩니다. 그럼으로써 귀족들은 경쟁처럼 사치에 자신들의 돈을 쏟아 붓기 시작합니다. 사치를 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과 자부심마저 들게 되고, 이는 그들이 사치에 더욱 빠져들게 만듭니다. 사치를 할수록 인싸, 사치를 안 하면 앗싸 또는 왕따가 되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게다가 유명 장인이나 예술가들이 만들어낸, 지금으로 말하자면 최고급 명품은 그들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더욱 올라가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이러한 트렌드가 형성되어 자리 잡았을 무렵에는 사치는 당연한 것이고, 하지 않으면 집단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때부터 엄청난 자금이 패션 산업으로 흘러들어 가 20세기까지 패션이나 예술하면 프랑스 파리를 누구나 연상하고 치켜세웠던 연유는 바로 이런 시작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위의 상황이 지금의 상황과 겹쳐 보이는 것은 왜일까요?
지금은 기업들이 대중매체를 통해서 각종 광고 및 다양한 마케팅 기술을 앞세워 대중들에게 자신들의 상품의 장점을 부각해 소비하게끔 유혹하며 부추김으로써 대중들을 상대로 기업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과거의 루이 14세가 왕권 강화를 위해 사치 트렌드를 만들어 귀족들을 현혹시켜 이익을 취했듯이,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에선 기업들이 대중들을 상대로 유사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잇다. 특히 명품 시장에서는 이러한 성향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과거의 루이 14세 때와 같이 유명 장인이나 예술가들이 만들어낸 명품에 귀족들이 열광했던 것처럼 지금은 명품 브랜드라 불리는 것에 의해 사람들이 열광합니다.
과거의 세태가 지금까지도 다양한 분야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한번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