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격리가 끝났고 나도 몸이 좋아지고 있다. 그나마도 가볍게 지나가고 있어서 다행이다.
우리 집에 첫째는 4월에 걸렸고 (학교가 집단으로 걸렸던 시기) 막내는 2달 전에 걸렸었고...
최근까지도 코로나에 살아남았던 우리 셋.
회사에서 팀원이 연속해서 걸렸으나 살아남았던 남편도 이번에 두 명의 팀원과 밀접 접촉은 피하가지 못했다. 그동안 두 아이가 따로따로 걸렸을 때도 격리를 철저히 한 탓에 추가 감염이 없었던지라.. 이번에도 그럴 줄...
내가 걸렸다. 이쯤 되니 우리 철없는 둘째가 정말 아이처럼 (나쁜 동기 없이)... 대놓고 엄마인 나를 부러워하기 시작했다.(자기만 안 걸린 게 이상하다는 둥)
집에서도 자신만 안 걸리고 학교에서도 반 아이들은 한 번씩 걸렸는데.. 자신은 백신도 토요일에 맞아서 그날도 못 쉬고... (2차도 토요일에 예약하니... 많이 속상해서 울길래 요일을 변경해서 한번은 학교를 쉬게 했다.) 누워서 뒹굴거리는 엄마와 아빠를 보니 내심 어린 마음에 부러웠던 모양.
아이가 학원 가기 직전 갑자기 체온계를 찾기 시작한다. 그리곤 체온계를 10번은 재면서 열이 있는 것 같다는 둥. 옷으로 감싸며 재는 것 같고 결국 37.7을 만들어서(?) 보여준다. 이마를 만져보니 오히려 차다.
차다고 하니... 아이가 이상하다면서 다시 체온을 잰다.
"아들~ 옷으로 감싸면 온도가 올라가지 않겠니?"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믿지 않았다. 아이가 학원 가기 20분 전에 갑자기 체온계를 찾고 계속 체온을 재고..
미소를 지으며 자기 미열이 있어서 쉬어야 할 것 같다며... 자기는 왜 코로나에 안 걸리는지 이상한다고
하고...
남편은 급기야 체온계를 보여줘도 '요 녀석 공부하기 싫고 형아 시험 끝나서 게임하니까 자기도 놀고 싶은 거 뻔히 보여.' 라면서 장난치고 구박도 했다. 나도 둘째가 형 시험 끝나 하루 종일 게임하는 거 구경하고 싶어 하는 눈치가 빤해서... 다음 주 시험인 녀석이 참 철없다 싶었다.
결국 오늘 학원 쉬어야 할 것 같다는 아이에게... 정 그러면 병원 가서 검사하자고 한 남편. 나도 남편도 학원 가방 챙겨가서 검사 나오면 바로 가면 된다고... 둘 다 아이가 양성이 나올 줄은 전혀 예상 못했다.
"가방 잘 챙겨 가!"
아이가 해맑게 전화 와서 "엄마. 나 양성이래. 나 안 가도 되지?" 핸드폰 너머로 좋아서 웃음을 참는 듯한 모습이 느껴진다. "당연히 가면 안되지. 진짜? 양성이라니... 아빠 좀 바꿔줘."
나 "양성이라며?"
남편: "그러게. 양성이래."
남편은 아이에게 너 양성이니 형아 게임하는 거 보지 말고 방에 계속 들어가 있으라고 했단다. 방 안에서 못 나오는 아이를 보니... 아이가 꾀병이라 생각하고 놀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던 게 미안했다.
나: 여보. 좀 미안하네. 진짜 우리가 볼 땐 멀쩡해도 본인은 뭔가 느껴서 말한 걸 텐데... 꾀병이라고 구박을 했으니... 위로해줘도 모자랄 판에... 안쓰럽다.
남편: 그러게. 아까 보니 기운이 없는지 침대에 누워있더라고. 자는 것 같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에 노크를 하고 들어갔다.
아이는 맛있게 치킨을 우적우적 먹고 있다. (그 모습을 보는데도 측은하면서 그래도 잘 먹는 아이가 고맙고..)
우리 둘째가 워낙 엉뚱하고 순수하다. 눈치가 빤히 보이는 철없는 구석이 있긴 하지만... 아이를 의심하고
믿어주지 않았던 것은 분명 잘못이다. 아이에게 사과하려고 한다.
"정당히 쉬는 건데.. 미안하다. 아들."
부모가 되어서... 그러면 안 되는 건데... 가볍게 지나가는 거면 고마운 거지 구박받을 것도 아니고..... 아이에게 너무 함부로 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위로를 받고 간호를 받아야 할 상황에... 내가 왜 그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