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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Jul 16. 2022

저기요! 그건 배려가 아닙니다.

나를 위한다면 꼭 말해주세요.

어느 날 아들이 화들짝 놀라 "엄.. 엄마? 여기 왜 이래?" 소리를 질렀다. 알고 보니 내 머릿속에 동전만 한 탈모가 생겨 있었고 아이가 발견을 한 거다. 너무 놀랐다. 머리 안쪽에 숨겨져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500원짜리 동전만 했다.


처음 탈모와 마주치면 이렇다.


놀람, 충격 -> 왜? 이유를 찾는다. -> 스트레스로 인한 탈모라는 생각에 슬퍼지고 감정이 가라앉는다.


더 황당했던 건 남편의 반응.


너무 놀라서 남편에게 보여주며 '나 원형탈모인가 봐.' 알려주니..


남편은 담담히 한 마디 한다.


"나 알고 있었어."


엥? 이건 또 무슨 소리?


"근데 왜? 왜 말 안 했어? 빨리 말해야지."


"당신이 상처받을까 봐. 아는 줄 알기도 했고."


그 말을 듣는데 정말 어이가 없었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 말해줘야지 내가 상처받을까 봐

말하지 못한 게 말이 되는 것인가?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이 보고 알려주는 것보다 가족에게서 발견되는 게 훨씬 낫지.


그건 배려가 아니다. 사실 나의 상처가 걱정되기보다 본인이 말하는 것이 어려웠던 건 아닐까?


진짜 그 말을 들었다면 상처를 받았을까? 


얼마 전, 시아버님이 손을 심하게 떠시는 건 보고 걱정이 되어 정보를 찾아보았다. 연세가 많으시지만 파킨슨병 초기 증세가 주로 손 떨림이라고 해서.. 아닐 거라 생각하지만 검사라도 받으시면 좋겠다 생각했다.

며느리인 내가 말하는 것보다 남편이 말씀드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나는 애들 고모인 아가씨에게 슬쩍 물었고 남편은 시어머님께 전화를 걸었다.

두 분의 대답은 동일했다. 연세가 드셔서 그래요. 괜찮아요. 원래 그러세요.

 

그리고 시어머님의 다음 말... 어디서 들어본 듯한(?) 그 말....


"상처받을까 봐 말을 꺼내기도 어렵고..."


말을 못 하시겠다는.. 괜찮겠지. 별일 아닐 거다. 그 마음도 있지만.. 차마 말을 못 꺼내시겠다고...

상처받을까 봐서...


상대를 위함인가? 나를 위함인가? (헷갈리는 그 상처의 실체)


전화를 끊은 남편에게 부탁했다.


혹시 나이 들어서.. 조금이라도 이상해 보이면 무조건 말해줘. 나도 그럴 테니까.

나 상처 안 받을 테니까 그 걱정은 말고.. 난 그랬으면 좋겠어.


배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당신은 이에 고춧가루가 끼면 가족(혹은 친구)이 알려주길 바라나요?

그냥 모른 척해주길 바라시나요?


비고 - 탈모 자리는 머리카락을 다행히 차올랐습니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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