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레즌트 Jul 16. 2022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 내 일이 될 때

갑작스런 건강 적신호? 여자 김종국?

20대 내 아이디는 건강소녀였다. 택견을 배우고 걸어서 다니는 게 취미였고 딱히 아픈 곳도 없었다.

주변에 아픈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긴 하지만 공감 자체를 못했다.

약간 거리감을 느끼기도 했고...


그러다 임신을 하고 임신성당뇨 검사를 했다. 임신 후에도 마른 편에 속해서 첫 임신에 기형아 검사는 걱정해도... 당뇨 검사는 하나의 거치는 과정이라고만 생각했다. 임신성 당뇨 경계가 나왔고 다행히 식이조절하고 운동하면서 관리를 했다.


그렇게 둘째, 셋째 때도 임신성 당뇨 진단을 받았고 다이어트 식단으로 밥을 먹고 운동뿐 아니라 인슐린 주사도 맞았다. 내가 스스로 허벅지나 배에 놓는 것인데 뱃속 아이를 위한 거니까 참고 그 시간을 견뎠다. 다행히 출산 후 혈당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다 최근 식후 혈당이 당뇨 수준인 것을 알게 되었다.


마른 당뇨에 속해서 탄수화물은 1/3~ 1/2 로 줄이고 단백질 위주로 식사를 한다. 근력운동을 식후 30분부터 매일 하고 있고 스쿼트에.. 실내 자전거, 무선 줄넘기까지... 매일 운동하는 시간만 대략 2시간 정도 된다.


우리집에 당뇨 내력은 없고 평소에 달게 먹는 편도 아니다. 알아보니까 그냥 췌장이 약한 거라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식습관, 수면 부족, 스트레스, 예민함 등 원인은 다양하고 복합적이었다.


임신성 당뇨였을 때는 한시적이란 희망이 있었고... 아이를 위해서란 동기부여가 있었다. 이제는 나 자신을 위해 평생 노력해야하는 처지가 되었다.


받아들여야했다. 빨리 받아들여야 대책을 세우고 지속할 수 있으니까.


이렇게 4달이 흘렀다. 

.

.

.

.

출산 후 아이들을 기르면서 운동을 게을리했던 습관들을 리셋하고 다시 20대 건강소녀처럼 살고 있다. 석달까진 습관화 시키는 노력이 너무 힘들었다. 수많은 의지력으로 억지로 했다면 이제는 그냥 항상 하던 대로.. 어느새 운동을 하고 심지어 안 하면 불안하다. 운동하는 것이 몸에 익으면서 재밌기까지 하다.


혈당수치는 좋아지고 있다. 당뇨는 완치라는 개념보다는 평생 관리하면서 살아야하고 그 말은 식습관, 수면관리, 스트레스 관리, 운동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40대의 나는... 30대의 나보다 더 건강해졌다.
몰랐다.
그동안 에너지가 없고 무기력했던 것이 정신적으로 나약해서라고 생각했었다.
아니었다.
체력만 좋아져도 삶의 질이 달라진다.
코로나 블루도 피해간다.  



무조건 12시전에는 자는 습관이 생겼고 운동을 하면서 수면의 질도 짱짱해졌다.

저녁 시간에도 무기력해지지 않게 되었다.

무언가 시작하고 싶어졌다.


이쯤에서 당뇨는 선물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싶진 않다. 끊임없이 관리해야하는 병이고 안 걸리는 게 좋다. 그치만 나처럼 예고 없이 어느 날 그 녀석이 찾아온다면.. 그땐 '나 자신을 위한 삶으로 들어서라는 싸인' 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남편에게 웃으면서 말한다.


"나 아무래도 30대로 돌아간 것 같애. 나 이러다 돌도 씹어먹는 거 아냐?"

"나 뭐든 할 수 있게 된 것 같애. 나 미쳤나봐. 운동이 재밌어. 이러다 여자 김종국되는 거 아님?"




매거진의 이전글 저기요! 그건 배려가 아닙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