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레즌트 Oct 21. 2022

아파트 단톡방, 내 목소리를 내보다.

자식 문제가 끼면 부모는 쉽게 이기심에 사로 잡히게 된다.

아파트 단톡방이 있다. 단톡방 자체의 피로감을 좋아하지 않지만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3주간 임금을 주지 않은 업체의 비리가 있었고 종종 아파트 내에 중요한 사안에 대해 참여가 필요했다.


건설적인 내용도 있었다.

아이들 안전에 대한 부분들,

불법 주차 문제, 음식물 분리수거 문제 등

주민들의 참여로 경비원, 보안관 분들에게

불필요한 노동을 시키지 않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기도 했다.

폭설에 함께 자발적으로 눈을 치우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가끔은 그 안에서 몇 분이 의견 충돌로 갈등이 있었고 지켜보다가 탈퇴를 한 적도 있었다.


최근.. 근처에 아파트가 지어지면서 초등학교 문제가 대두되었다. 우리 단지 안 초등학교는 과밀 상태였고

교실이 부족해진 탓에 한 교실을 반으로 나누어 사용하는 일도 있었다.


문제는 근처 아파트가 많이 지어졌지만 (약속했던) 학교는 지어주지 않았고.. 새로 지어진 학교 아이들도 우리 단지 쪽으로 올 가능성이 많다.


엄마들 몇 분이 절대로 그 일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일부는 나도 수긍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한 분의 글이 몹시 마음에 걸려서 글을 달게 되었다. 좀처럼 단톡방엔 조용히 있는 편이지만 이번만은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새로 입주할 초등학교 아이들을 우리 학교 말고

더 먼 학교 2곳으로 보내도록 민원을 넣자는 거였다. 

초등학교 특히 저학년 아이들이 걸어서 다닐 수 없는

거리의 학교 두 곳으로 말이다.


'아.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만약 내 아이라면 난 그렇게 하고 싶지 않고 일단 큰 도로를 건너고 버스를 태워 보낼 수도 없으니..' 무리고 일단 너무 위험하다. (그분의 글을 보곤 멈칫했다.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닌가?)


그분은 나름의 주장이 있었다.


우리 단지 내 학교가 과밀 상태고 총 20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이 각반 교실로 가면 지금보다 반에 5~6 명씩은 많아지는 상황이다.

새로 지어진 학교 특성상 교실 크기가 크지 않은 편.


(200 / 6학년 = 대략 학년 당 40명 추가됨.

6반으로 나누면 6명 정도 추가되는 상황,

반 인원 30명 초과 반 생김)


(저는 반에 50~60명이었지만 요즘 초등학교는 

반에 24명이 보통이고  교실 크기도 좀 작습니다.)


또 단지 내 지어주기로 약속했던 중학교가 없던 일이 되어 중학교 아이들이 버스를 타고 다니고 있고 등교시간이

최소 30분 정도(버스 20분 + 도보 10분) 걸린다. 

그분 왈: 왜 우리 단지는 멀리 학교를 다니고 차별을 받느냐는 거다.


중학교가 무산되어 초기엔 아이들이 만원 버스를 탔고

공사 중이라 밀리는 길을 (40분 거리) 다녔다.

픽업해주는 엄마들도 있었다.


스 기다리는 시간을 고려해서 집에서 1시간

먼저 나가야 지각하지 않았다.


세 아이를 그렇게 보내야 하는 나도 억울하긴 마찬가지. 아파트는 많은데 중학교가 딱 하나라니... 우리 단지는 거리상 다른 지역으로 다니게 되었다.


민원을 넣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초등학교+중학교) 이음학교를 지어달라는 민원을 넣는 것에 찬성하지만 근처 새로 입주할 아이들을 우리 학교 말고 조금 더 먼 학교 2곳으로 보내라는 주장은 도저히 찬성할 수 없었다.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1, 2 학년 아이들은 걸음 폭도 좁고 정말 아가다. 중학생 아이들과 초등 아이들은 생각보다 차이가 훨씬 크다. 그분은 항상 단톡방에 자기 입장만 이야기하고 한바탕 소란으로 도배를 하고 감정적으로 글을 올렸었다.

한 분과는 톡방에서 싸우기도 했다.


이 분 같은 감정적인 스타일의 경우 몰아세우기보다 다른 전략이 효과적이었다. 어떻게 이 분을 달래면서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게 만들지? 고민 끝에 글을 달았다.


"**님의 입장 충분히 이해하고 저도 멀리 학교를 보내면서 속상합니다. 다만 초등 저학년 아이들을 우리 학교보다 먼 곳으로 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으며 어린아이들의 안전이 걱정이 됩니다. 단지끼리

싸우면 답이 안 나오니 신설 학교를 만드는 공통의 입장을 가지고 힘을 모으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분의 답변 한참만에 올라왔다.


"우리 애들도 어려요. 중학교 1학년도 아직 어린아이들인데 초등은 안 되고 중등은 멀어도 된다는 것이 말이 안 됩니다. 우리만 손해 보잖아요."


완전 솔직한 마음의 답이 올라왔다. (이 분과도 대화가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금 수그러든 댓글을 보니 좀 더 글을 써보고 싶어졌다.


"네. 저도 속상하고 처음에 억울했어요. 우리 단지가 크긴 해도 인원이 애매하다는 이유로 학교가 무산되었으니 근처 새 아파트 주민들과 힘을 모으면 전보다 파급력이 있을 겁니다. 신설학교는 양쪽이 원하는 바이고 그게 우리에게도 장기적으로 좋습니다.


다른 학교 보내라고 민원을 제기하면 결국 싸우게 되고 시간만 끌게 되어 아무것도 이루어지는 건 없을 것 같습니다. 학교를 안 지어준다면 우리 학교만 말고 2 또는 3곳에 나눠서 보내고 조금 먼 두 학교는 (애들 안전 때문에)

셔틀을 만들어주던지 방안이 있어야 해요."


아직 진행 중이지만... 단톡방에 오가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게 바뀌고 동조를 얻은 부분들도 있었다.

이사 오기 전 동네에서도 중학교 배정 문제로 시끄러웠고 엄마, 아빠들이 반대 청원을 했었다. (지금 이곳은 초등학교 문제고 전 동네는 중학교 문제라는 차이만 있을 뿐. 결국 같은 상황)


반대 청원했던 분들이 이상한 분들일까? 개인적으로 만나면 너무 괜찮은 사람들이다.


그분들도 평소에는 고상하고 배우신 분들이고 이해심도 많은 분이지만 자식 문제에는 자유하기 어렵다는 건 똑같다. 학군에서 약간 멀어진 곳으로 이사를 계획하던 차여서 난 그 문제에는 (관심도 없고 처음부터) 빠져있었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비난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만약 내가 그곳에 계속 있었다면 어땠을까? 나는 절대로 그렇게 이기적으로 반응하지 않았을 거란 확신은

없다. 혹시 어떻게 해서든 논리를 만들어 그럴듯하게 반대하고 있진 않았을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인간은 자신이
손해보지 않고 여유 있는 상태에선
타인에게 배려적일 수 있고 선대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자신에게 큰 불이익,
특히 내 자녀에게 가해지는 불이익에는 이기적으로 반응하기 쉽다.


아까 이야기로 다시 가보자. 우리 아이들은 많이 컸다. 막내도 곧 중학생이 될 것이고... 만약 우리 아이들이 다 초등학생이라면 나는 어떤 의견을 냈을까?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큰 도로를 건너 먼 곳으로 보내라고까진  못했겠지만 지금과는 다른 마음으로 대처하지 않았을까?



지금은 추후 외고, 자사고 폐지 확정이지만 8~9년 전에 그 이야기가 나왔을 때.. 아이가 모 자사고에 학년대표라서.. 폐지 반대하러 국회 앞에 가야했던 분이 계셨다.


정말 가기 싫었고 대표임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었단다.

엄청난 압박에 마지못해 큰 시위에 한번 억지로 갔었다고...


이미 유명 특목고 보내는 엄마들, 아빠들까지... 피켓 시위하고... 드러눕는 사람도 있었고...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유명인들도 있었단다.

그 후론 욕을 먹던 말던 다시는 가지 않았지만...

후회된다고 했다. 자식의 일이 연결되면...

쉽지 않은게 부모다. 도 마찬가지다.




#이기심 #학군 #과밀학급 #민원 #아파트단톡방

매거진의 이전글 수납정리 한 달 반 후기. 지속가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