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기 없는 단어 중 하나는 용서가 아닐까 싶다. 용서를 강조하는 심리학, 종교 말고는 주변에서 용서보다는 복수를 강조하는 분위기를 느낀다.
난 용서를 강조하는 교회를 다니지만 여전히 이런 과정을 거친다.
1. 용서라는 단어를 들으면 첫 반응은 거부이다. 내가 왜? 내가 굳이? 하고 싶지 않다. 이런 느낌의 감정.
2. 두 번째 드는 감정은 그래도 결국 해야 하는 것. 힘든 과정이지만 하는 게 옳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3. 세 번째 어떤 게 진짜 용서인가? 진정한 용서... 나에게도 자유를 주는 용서를 실행하려면?
막내를 제왕절개로 낳았고 한 달 조산을 했다. 다행히 3킬로의 건강한 딸을 출산했는데 하반신 마취상태라
의식이 있음에도 (병원에서는) 아이를 보여주지 않았다. 뭔가 부산하게 움직이는 초조함이 느껴지는 잠깐의 시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정신이 들었는데 엄마, 남편의 얼굴이 보였다. 표정이 어두웠지만 나를 안심시키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두 사람.
'무언가 잘못된 건가?'
아이를 꺼내려고 복부를 절개하는 중에 의사가 수술 칼로 애기 이마를 베어서 수술 중이라고 했다. 놀람과 걱정이 찾아왔다.
수술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길게 느껴졌다.
간호사가 조심스럽게 아이를 안고 왔다.
아이는 왼쪽 이마 위를 꿰맸고 처치가 되어 있어서 상처 부위나 정도를 볼 수는 없었다.
신생아의 작은 얼굴에 상처를 싸맨 봉합 부위가 두드러졌다. 사실 그것만 보였다. 엄마니까...
엄마, 남편, 나는 생각보다 담담했다. 나 같은 경우는 제왕절개라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더 큰 사고로 이어진 것이 아니고 아이가 살아있고 건강하다는 것에 안심이 되었다.
기도가 나왔다. 더 큰 사고가 아닌 것에 안심하면서... 그때 기도하면서 분만하면서 생긴 의료사고로 장애가 생기거나 응급상황이 발행하여 인큐베이터에 들어간 다양한 상황들이 아닌 것에 안심을 했다.
다행이고 다행이고... 다행이다 안도의 마음도 들었다.
남편과 엄마도 서로를 위로했다.
어려서 잘 꿰매고 치료하면 흉 지지 않을 거라며
눈이나 다른 부위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며 안심시켜주었다.
병원에서는 간호사도 우리 반응을 살피는 눈치였고 의사 선생님이 내려오실 거라고 했는데 조금 늦게 오셨다.
의사 선생님은 문을 열고 걸어오시며 고개를 숙였고 얼굴빛이 어두웠고 약간 떨고 계신 것 같았다.
얼굴을 들지 못하고 너무 미안해하는 모습,
자책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우리는 선생님의 사과를 들으면서이렇게 말했다.
"사고는 안타깝고 아팠을 아가를 생각하면 마음 아프지만....
괜찮다. 일부러 그러신 것 아닌 거고 밤에 응급이라 선생님도 경황이 없으셨을 거다. 마음은 아프고 속상하지만 사과하셨으니 되었다." 위로를 했다.
엄마는 선생님 어깨도 두드리며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하셨다.
정작 우리는 생각보다 담담하게 말했다.
"너무 죄송해요. 담당 선생님이 안 계시고 제가 새벽에 수술을 하면서 아이가 배 가까이 얼굴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제 잘못입니다. 너무 죄송해요. 원하시면 제가 추후 치료 일정까지 잡아드릴게요. 너무 죄송합니다." 울먹이시는 선생님 얼굴이 보였다.
우리 셋의 답변은 하나였다. 거의 동시에 터졌다.
"선생님이 일부러 그러신 것도 아니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시러 오셨으니 괜찮습니다. 아이 상처 상태는 어떤가요? 저희가 확인해 못해서요."
"좀 지켜봐야 하는데 흉이 남으면 커서 성형 치료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좀 커봐야 압니다. 추후 치료를 원하실까요?"
"머리카락과 가까운 자리니까 머리카락이 길어지면 잘 안 보이겠죠? 아이들은 살성이 좋은 편이잖아요. 나중에 어른 돼서 티가 나면 그때 치료할게요. 지금 상처만 잘 치료해주세요. 최대한 부탁드려요.
괜찮아요. 마음고생하셨을 텐데 저희는 아이가 건강한
걸로 다행이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 큰 사고가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선생님이 가셨고 우리는 더는 아이의 상처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신생아 때 사진엔 아이의 상처를 덮었던
덮개 사진이 많이 남아있지만
아이가 밝고 사랑스러웠다.
어느 순간 그때의 기억도 잊어버렸다.
셋이 한 마음, 같은 생각이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셋 다 화를 냈던 게 아니라 안심을 했던 것도...
아이의 상처는 생각보다 잘 아물어서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남들은 모른다. 지금까지 2명 정도만 알아보았다. 티가 안 날 정도로... 우리는 알지만.. 그것이 용서의 흔적이라는 것을...
딸에게 말해준다.
"**야. 우리 딸이 태어나자마자 상처를 입어서 엄마 마음이 많이 아팠고 걱정이 되었는데.. 엄마가 그때 기도했는데 그냥 용서하라는 마음을 주시더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그때 정말 잘한 거 같애. 우리가 큰 실수할 때 누군가가 용서해주면 정말 고맙고 좋잖아. 너도 누군가에게 용서받는 사람, 너가 누군가를 용서하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어."
딸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몇 년 후... 딸에게 용서를 실행할 사건이 생겼다.
한 번은 딸이 게임을 하던 중에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남아 아이 주먹에 눈을 맞아 응급실을 간 적이 있다. 혹시 모를 사태를 지켜봐야 하고 시력 손상의 가능성은 적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고... 피도 났었다. 눈 주변은 파란 멍 자국에 눈 안은 피멍으로 쳐다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한 달을 고생한 아이가 그때 함께 기도하면서 쓴 일기가 있다.
"하나님. **가 게임하는데 핀을 서로 잡으려고 왔고 저를 못 봤는지 제 눈이 친구의 달려오는 주먹에 맞았어요. 너무 아파서 눈물이 멈추질 않았어요. 친구가 너무 미안해서 같이 옆에서 우는데 너무 아파서 괜찮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더라고요.
그래도 눈이 이제 거의 안 아프고 시력도 나빠지지 않았대요. 감사합니다. 예수님.
예수님처럼 저도 **를 용서합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준 **. 친구가 실수한 거니까 용서합니다."
3 년 전 일인데 다시 생각해도 아찔했다.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질 정도로 아프지만
그 어머니께서 연락 오셔서 함께 기도하고 있다고 **가 밤에 집사님 딸 위해 기도하다가 계속 울었다고..
친구가 걱정되어 울면서 기도하다가.. 눈이 부어 일어났을
그 아이가 짠했다. 그 애도 2학년 어린 애다.
"**어머님. 저도 안과 갔다가 혹시 모를 가능성 이야기 때문에 순간 의식을 잃을 뻔했었는데 누워 기도하면서 마음에 평안이 오고 괜찮을 거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큰 병원에서 검사 결과도 잘 나왔고 매일 회복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일기에 **가 실수라서 용서한다고 했어요.
우리 아이도 실수할 수 있었을 상황이었고실수였으니까요. 이제 **도 걱정하지 말고 마음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행히 아이 눈은 언제 그랬냐는 듯 회복되었다.
미안해하거나 실수한 사람을 용서하는 건 그래도 가능하다.
고의적으로 했거나 치명적인 상처를 준 사람, 미안해하지 않는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 가능할까?
지금 읽고 있는 책은 그 부분까지 하기를 요청한다. 어렵다.
난 아직 그렇게까진 못하겠다. 뉴스에서 나오는 아동 성범죄자를 보면 마음속에선 그들이 죽었으면 싶다고
생각한다. 마음에선 짐승만도 못한 놈들이라고 말하고 있는거 같다.
책에서 말한다.
잘못한 죄에 대해 용서하는 것은... 그 죄가 아예 없는 것처럼 여기라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에서 자유해지라는 거다. 나 자신을 위해서도...
밀양이라는 영화를 보지 않았다.
신에게 용서를 빌었기에 자신의 죄가 없다고 하는 그 남자를... 보고 싶지 않아서 영화를 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