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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Oct 22. 2022

간절함만으론 안 된다.

모든 바람이 이루어지진 않지만...

간절히 원해서 낳은 삼 남매였지만 남편은 가장 바쁜 시기였고 그야말로 독박 육아 시기를 보냈다.

산후 우울감도 있었고 셋째를 낳기 전 유산이 두 번 되어 체력적으로 약해졌었고 임신 중 하혈과 유산에 대한 위험성, 한 달 조산 등으로 지쳐있는 상태였다.


그 당시 두 아이도 기관에 가지 않았었고

얌전한 편에 속하는 아들들이었지만 어린 막내를 케어하면서 두 아들을 챙기는 것이 쉽지 않았다.

초보 엄마였고 버겁기도 했다.


그때 지인을 통해 영국에 브루더호프라는 공동체를 알게 되었고 가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큰 아이 6살, 둘째 4살, 막내 1살... 모두 집에 데리고 있었기에 식비 말고는 따로 교육비가 들지는 않았고 남편도 알뜰하여 적금을 들면서 생활이 가능한 시기였지만... 역시나 여행 경비는 부담되었다.


나의 첫 해외여행은 신혼여행이었고..

여행에 대한 막연한 동경도 있었지만 마을 공동체에서 지내면서 배우고 싶었고 힐링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일단 비행기 비용이 가장 부담되었다.


남편은 계획적인 타입이라 (갑작스럽게 영국 공동체 마을을 가고 싶다는) 나의 바람을 이해하긴 어려웠을 것이고 많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대략 10일 정도 그곳에서 지내면서 (공동체는 숙식 무료, 대신 그곳에서 함께 일을 함) 가구 만드는 일이나 마을을 돌보는 일 등 공동체 일을 하면서 보내고 싶었다. 비행기 왕복 티켓과 오기 전 런던 자유 관광 2일(숙식 1 + 식비 + 대중교통 비용 필요)


다섯 식구 10일간 여행 비용은 대략 모든 비용 포함 650만 원 정도가 필요했다. (막내는 무료였고 미취학 아들들도 비행기 티켓 비용이 할인이 되었다. 몇 달 전 비수기 예약이라 그 당시 비행기 티켓이 저렴하였음. 11년 전 상황)


그래도 600만 원이 넘는 비용이 적지 않았다. 미안하기도 했고... 남편은 비용도 시간을 내기도 어렵다고 거절을 했다. 남편의 거절이 이해는 되었지만 그 당시 나의 몸과 마음 상태가 바닥에 가까웠기에 간절함이 사라지진 않았다. 언젠가 갈 날을 그렸다.


며칠 후... 갑자기 남편이 나를 불렀다.

자신도 믿기지 않는다면서 비용이 마련되었다는 거였다.


나도 놀라서 '어떻게?'


적금을 깨려는 것일까? 그럼 너무 아까운데...


남편은 공대 출신답게 주판을 튕긴다는 표현을 종종 쓴다.


"주판을 튕겨봐도 적금 깨는 것 말고는 답이 없어서 고민했는데.... 저번에 우리 보험 해지했잖아. 보장만 되는 보험인 줄 알았는데 적립이 되고 있었더라고... 오늘 알았어. 저번에 해지한 비용으로 600 만원 넘게 입금되었어. 이 돈 뭐지? 했지. 안 믿기지만 딱 여행비용이더라고.."


너무 놀라고 좋아서 빨래를 널다가 폴짝 폴짝 뛰었고 그러다 넘어졌다. 눈물 날 정도로 아팠는데 좋아서 눈물이 더 나왔다.


시크릿을 믿지는 않지만 신기하긴 했다. 물론 보험금은 어차피 여행을 안 가도 돌려받는 거였고 아마 여행에 대한 마음이 없었다면.. 다른 곳에 잘 사용을 했을 것이다.

적기 타이밍에 1년 간 마음속에 품었던 간절함이..

그 선택으로 이끈 것이다.


간절함이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이루어지는 건 믿기 어렵지만.. 수많은 선택지와 가능성 중에 기회가 찾아오는 순간... 빛나는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 건...

오랫동안 품고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오랫동안 청소년 강사, 부모 교육 강사를 꿈꿨지만 작년과 올해... 그동안도 분명히 있었을 기회들이 그 타이밍에 더 분명히 보였고 우연히 본 유키스 영상을 통해 지원을 하게 되었다. 늘 가던 도서관에 마을 강사를 뽑는다는 공고가 보였다.


그 공고는 오래전부터 붙어있었을 것인데 절실함, 간절함으로 가득 차 있던 순간... 그 공고가 나에게 다가왔다. (이미 육아 교육을 위한 경험과 자료들은 준비되어 있었다.)

기회가 와도 안 잡으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다.



나 자신만을 위한 소원 말고도... 집안을 위한 바람도 있었다.

20년간 기도했던 기도제목이 몇 년 전 이루어졌다. 너무 오래되어 나도 잊고 있었던 소원..


친정부모님 형제들 간의 오랜 상처가 회복되는 일..

온전한 회복과 용서를 통한 온전한 화해..

그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울면서 편지를 썼었다. 

큰삼촌 부부께.. 한 달에 한 번씩 몇 번을 보냈었다.


'삼촌~ 할아버지 불쌍히 여기시고 상처받으셨겠지만... 용서해주시라고.. 먼저 손 내밀어 주시라고.. 할아버지 연세도 많으신데 가엽게 여겨달라고..'

편지를 쓰면서 눈물이 떨어졌다.


(할아버지와 큰삼촌의 갈등으로 형제간에 연락도 하지 못하고 서로 상처를 주며 싸웠던 상황이었다.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간절히 바라기만 한다고 이루어지진 않는다.

간절함어떤 상황이 만나고.. 때로는 용기가 때로는 포기하지 않는 열정이 더해졌을 때 변화를 만들어낸다. 


마냥 기회가 오기만 기다렸던 것들은 정작 붙잡지 못했다.


모든 소원이 다 이루어지는 않는다. 지나고 보면 이루어지지 않아 다행인 것들도 많다.
중년의 시기.. 10년 후 20년 후의 나를 기대한다. 그것을 위해 지금 나는 그 한걸음을 걷는다.
빼버리고 싶은 경험들도 있었지만 그 경험도 잘 빚어진다면...
겸손함과 타인에 대한 이해의 차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
실패와 연약함도 때론 복이다.

#간절함 #소원 #바람 #버킷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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