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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Oct 26. 2022

여보 5년만 일하고 그만해.

돈을 벌고 싶은 이유 하나만 말해보라면...?

흰머리가 제법 올라온 남편은 지금까지 한 직장에 근무 중이다. 이제 막 쉰을 넘어가는 남편.. 한 직장에서 25년을 일한 성실한 사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일터로 향한다.

안 가고 싶은 날도 있을 텐데.. 기술 연구직이라 빠르게 변하는 흐름에 적응하는 것도 버거울 텐데..


세 아이를 기르면서 주부로 지낸 것을 후회한 적은

없었지만 경제적인 부분에서 남편의 책임이 얼마나 무거울까...? 생각한다. 그럴 땐 나도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면... 남편이 적게 벌더라도 (지금보다) 조금 여유 있게 일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크다.


다른 대책도 없이 남편에게 5년만 일하고 그만두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멋지게 "이젠 내가 벌어올 테니 당신 좀 쉬어."라고 말하고 싶다. 현실적으론 어렵지만..


남편은 막내가 대학 졸업할 때까진 어떻게든 회사를 다닐 거라고 한다.


나: "그럼 10년 이상 더 일해야 하잖아.

그럼 당신이 너무 가엽지. 그냥 집을 줄여서 가더라도 5년 이상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당신.. 충분히 열심히 살았어. 애들은 아르바이트하고 장학금 받으며 다니라고 하고..."


남편: "그게 어디 쉽나? 애들도 공부하느라 바쁠 텐데..."

나: "상황 따라 해야지. 그동안 먹여주고 입혀주고 학원 보내주고 대학도 보내줬으면 자기들도 돈 벌

일부라도 보태야지."


그냥 해본 말은 아닌데 진짜 진심인데... 내가 좀 더 돈을 벌어서 남편에게 여유를 주고 싶다.


일을 시작하려고 할 때... 아는 언니가 물었다.


언니: "근데 너는 왜 일하고 싶은 거야?"

나: "응. 돈을 벌고 싶어. 애기 낳고 일을 그만두었잖아.

너무 일만 하는 남편도 가엽고. 애들도 컸고..."

언니: "하하하. 내가 물어봤을 때 막바로 (고민 없이) 돈을 벌고 싶다고 말한 사람 니가 처음이야."


나: "응 그 생각이 나서 말한 거고.. 사실이니까. 물론 보람되고 내가 아이들을 좋아하니까.. 오랜 꿈이고..

근데 봉사로 말고 일을 해서 돈을 벌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돈을 벌고 싶다. 무언가 사고 싶어서도 아니고 애들 학원을 더 보내고 싶어서도 아니고 더 좋은 집으로 가고 싶어서도 아니다. 지금도 만족한다.


가장 돈을 벌고 싶은 이유 하나만 말해보라면?

남편의 어깨의 무게를 조금은 가볍게 해주고 싶어서다.


사실 남편은 전공을 살려 관련 일을 하고

적성에 맞는 직업을 가졌다.

그래도 나이가 들면서 체력적으로 지치고

쉴틈 없이 일하니 얼마나 힘들까?

1년이라도 쉬고 싶겠지.


내가 파트로 일 나가는 날엔 더 일찍 일어나 응원을 해주는 남편.



#직업 #남편 #고생 #직장생활 #어려움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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