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무심코 나온 실수
성적, 등급에 신경 쓰이는 요즘.
고등학생 큰 아이.. 학원에 데려다주는 차 안..
나: 학원 선생님 잘 가르치셔?
아이: 네. 자세히 잘 가르쳐주셔요.
나: 도움 되는 거 같은 거지?
아이: 네. 도움 되지요. 미리미리 정리하니까 시험 때 부담도 적고요.
나: (무심코 나온 말, 다시 담을 수도 없고) 근데.. 저번 등급은 왜 그랬을까.. 싶... (아차)
아이: 엄마.. 등급 그거 하나 가지고 저를 평가하시는 거예요? (조근조근 차분하게 묻는 아이)
나: (당황) 아. 엄마가 잘못했구먼. 쏘리.
아이: 등급이 애매하게 그렇게 나왔지만 저는 못 봤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등급 한번 그랬다고 학원 얘기 물어보신 거예요? 그러신 건가요?
나: .... 그냥 학원이 어떤가...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등급 얘기는 괜히 했네. (빠른 인정)
아이: 저 열심히 하고 있어요.
나: 맞아 맞아. 그건 알지. 내신 잘 봐주는 곳으로 가면 어떨까 싶었지.
아이: 전 지금 다니는 곳이 괜찮아요. 시험 난이도가 쉽게 나와서 한 두 문제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학원 다녀온 아이를 보니 미안해졌다. 방에 들어가서 대화를 시도..
나: 우리 아들이 열심히 하고 있고 건강하고 밝게 지내는 것도 엄청 고마운 일인데..
엄마 욕심이 과했던 거 같아.
아이: 괜찮아요. 엄마는 그거 물어볼 수 있었어요. 그냥 물어본 거잖아요.
나: 그렇긴 한데.. 열심히 하고 있는데 등급 얘기 꺼낸 건 미안하지. 대충대충 했던 거 아닌 걸 아는 입장에서..
아이: 엄마가 평소에 그런 말 안 하는데 갑자기 하니까 저도 좀 그랬나 봐요. 화났던 건 아닌데... 속상했죠.
기분은 나쁘지는 않았어요.
나: 엄마도 성적에 민감한 엄마들 같은 부류였나? 무심코 나온 건가? 이러다가 어떤 날은 우리 아들 존재가
너무 고맙다고 하면서 방에 들어오니.. 너도 참 황당하고 웃길 듯.
아이: (웃는다.) 오늘 삼포 가는 길 배웠어요. (줄거리 이야기하며 또 신남. 오늘은 이야기 오래 들어줌.)
(우연히 예전에 읽던 원서가 보여서 집어 들었다.)
나: 이거 재밌었어?
아이: 네. 그거 읽다가 여러 번 빵 터졌죠.
나: 어느 부분?
아이: 엄마도 내용 알죠?
나: 응. 한글로 몇 번 읽었지.
페이지를 펴가며 설명해 주다가 도저히 웃겨서 못 읽겠다고 숨을 고르는 아이.
결국 두 가지 에피소드 요약하더니 낄낄거린다.
아이가 웃다가 눈물이 살짝 난 걸 보니 나도 웃음이 났다.
나: 그래. 쉬어라. 오늘도 고생했다. 건강 챙기고..
아이: 엄마 잘 자요.
실수긴 하지만 내 마음속에 그 어딘가... 성적에 대한 염려, 걱정 등이 말 밖으로 나왔다는 걸 알기에...
조심해야겠다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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