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레즌트 Nov 02. 2022

그럼에도 부모님께 감사하는 것들

지금의 나 됨은....

얼마 전..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들으면서 이어나가는 강의를 하였다.


강의 중에 삼 남매 사진을 보여주다가 어린 시절 생각들이 새록새록 올라왔다. 주말마다 시골에 갔던 추억들. 그 당시에는 토요일에 오전 수업이 있었지만 한 달에 3번 정도는 항상 결석을 했고 (거의 매주) 담임선생님의 허락하에 가족이 시골집에 갔다.


도시에 살지만 시골 아이 정서가 있었던 것은 부모님 덕이지 싶다. 개울에서 다슬기 잡으면서 놀았던 기억, 꽃반지를 만들며 산을 돌아다녔던 시절, 처음으로 참외서리를 해봤던 순간, 시골 장기자랑에 나가서 상을 받았던 추억이 있다.


공감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병아리를 길렀던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작은 가게에 딸린 방에서 살았음에도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부모님 마음이 여리셔서) 되도록 수용해주셨던 기억이다.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사 와서 몇 번을 길렀고 닭이 된 적도 두 번 있었다. 새도 길러서 알을 낳았고 메추라기도 길렀었다.


바쁘신 와중에도 강아지도 길렀었으니.. 살림과 장사를 병행하시며 우리까지 챙기셨던 엄마는 얼마나 바쁘셨을까? (아이들이 원한다고 다 해줄 수 없지만 우리의 바람을 들어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형편이 좋지 않았음에도 어려운지 모르고 컸으니... 정서적인 면에서 풍족하게 자란 것이 감사하다.


엄마, 아빠께 매를 맞은 기억이 거의 없다. 딱 한번 크게 혼났던 기억은 있는데 손바닥을 맞거나 종아리를 맞았던 기억이 거의 없다. (폭력적인 선생님께 단체기합으로 얼굴을 맞은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아버지께서 보증을 잘못 서시고 IMF 시기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극에 달해 그때는 두 분의 말다툼이 있었지만 그전까지 가벼운 말다툼도 본 기억이 없다. 두 분이 많이 배우시진 않았어도 말을 다정하게 해 주셨고 삼촌이 욕을 하는 소리는 들어본 적 있지만 두 분에게선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온순한 딸이었지만 (우리 형편에는 비싼)

캐릭터 저금통을 사달라 졸랐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돈으로 5천원이 넘었으니 지금으로 따지면

(최소) 3만원 이상은 되지 싶다.

정말 예쁘고 특별한 저금통을 사달라 졸랐는데

(부모님이 비싸서 안된다 하셔도) 꼭 갖고 싶었던 기억이...


떼를 쓰지 않았던 내가 그때는 왜 그리 고집을 부렸는지....


두 분은 결국 그 비싼 저금통을 사주셨고 정말 오랫동안 소중하게 아꼈던 기억이 있다.


(우리 부모님에게 받은 상처나 아픔도 있지만) 살아갈수록.. 우리 부모님은 참 괜찮은 면이 많으셨다고 인정하게 된다. 브런치에 아버지에 대한 힘든 마음의 글도 올렸었다.


또 엄마의 지나치게 희생적이고 남의 이목을 생각하는 (자신은 없고) 타인 중심적인 삶이... 때론 자녀를 힘들게 했다. 아버지께서 경제적으로 무능하셔서 어머니가 아직까지 육체적 노동을 하셔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고 순간순간 화도 난다.


그럼에도 두 분이 계셔서..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남을 원망할 수 있는 수많은 상황 속에서도

항상 용서하고 이해하려고 하셨던 (두분의)면모를 존경한다.


누구를 오래 미워하신 적도 없고 누구 험담을 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으셨다.


두 분 덕에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정서적으로 안정

되게 클 수 있었고 작은 것에도 만족하는 사람이 된 것 같다. 그리고 신앙이라는 선물을 유산으로 주신 것에 대한 깊은 감사를 드린다.


아무리 힘들고 지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갖게 해 주신 것...

그 무엇보다 큰 축복임을 느낀다.


완벽한 부모는 없다. 극소수의 폭력적이고 잔혹한 부모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식을 아낀다.

다만 인간의 나약함과 불완전성, 무지, 상처로 인해
자녀에게 아픔과 상처를 주기도 한다.
부모가 되고 나서..
자녀가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를 알게 되었고
내가 아무리 노력하고 깊이 사랑하고 표현해도
그것이 자녀에게 생각처럼 잘 전달되지 않고...
쉽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자녀가 원하는 사랑을 주고 싶지만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이 제한적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오늘 하루 최선의 사랑을 하고 싶다.


#부모님 #어린시절 #행복한기억 #가난 #부모교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