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들 많은 집으로 정리수납 간 날.
그분을 통해 나를 돌아본다.
아이가 많은 집. 방마다 거실까지 모두 아이들 관련 물건들로 가득했고 여유 공간이 없었다. 난이도 상에 해당된다고 하셨다.
초보 봉사자인 우리들은 멍하니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난감했다. 전문가 선생님의 지도 아래 각자 맡은 공간의 가구 배치, 버릴 물건들 정리, 제자리에 꽂기 등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어리기도 하고 보드게임도 20개.
신발도 80~ 100켤레. 교구도 유명한 것들이 세트로 있었다.
(일반 어린이집 보다 훨씬 더 많은 놀잇감이 있었다.) 장난감의 종류도 다양하고 섞여 있어서 분류하는 작업도 진행되었다. 박스로만 10개가 나왔다.
처음엔 안방을 찾지 못했다. 남편분 서재가 있고 나머지 방 두 개는 아이들 자는 침대방과 공부방.
거실에도 아이들 교구와 놀잇감으로 가득했고 커다란 책꽂이들엔 육아서뿐 아니라 신앙서적,
아이들 전집들이 더 꽂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정말 아이들에게 좋은 것들을 주고 싶은 마음과 최선을 다해서 교육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신 분이었다.
다만 어딘지 얼굴 표정이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 낙서한 종이까지도 모두 간직하시고 비우고 싶어 하지 않으셨다. 아이들의 추억이 담긴 것들이 (그분께는) 보물이고 때론 자기 자신의 일부이기도 했다.
용기를 내서 봉사를 신청하신 어머님.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민낯을 타인에게 드러내는 것, 물건으로 가득 채웠던 허기, 공허함을 조금씩 비워내는 작업은 그분들에게는 상실과 고통을 주기도 한다.
전문가 선생님의 설득과 지지로... 방어적이셨던 마음의 문을 여시고 나중에는 웃으면서 만족해하시고 웃으시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오면서 마음이 짠했던 것은... 엄마의 화장대도 없고 화장품, 엄마 옷은 너무도 없었다는 거다. 모든 게 아이들에게 맞춰진 공간이었고 연령이 지난 오래된 장난감과 교구들도 그분께는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었다.
모든 관심사와 행복, 에너지가 오직 아이들을 키우는 데 있으셨다.
얼마나 많은 육아서를 읽으셨는지 상상이 가는 책장.
아이를 정말 잘 기르고 싶었던 흔적들.
최선을 다해서 애쓰셨을 것이다.
그 마음이 느껴져서 더 안쓰러웠다.
어딘지 형태는 달라도 요즘 엄마들, 젊은 엄마들의 모습을 보면 찡하다. 나도 한 때 젊은 엄마였으니 전업맘의 경우
더 자신보다는 아이 위주의 생활에 익숙해지기 쉽다.
거기서 오는 허기도 있고 공동체에서 함께 키우는 연결고리도 없다면... 물건으로 채워가는 방식으로
갈 수도 있다.
어머님이 조금씩 비워내시면서 자신의 빈자리를 건강하게 채우실 수 있기를 기도한다. 또 아이들이 중요하지만
자신도 소중하게 여기실 수 있기를...
용기를 내서 결단을 하신 어머님이 참 대단하시다.
봉사의 기쁨과 보람 때문일까?
4시간이 하나도 피곤하거나
힘들지 않았다.
남을 돕는 건 사실... 자기 자신에게도 도움이 된다.
몸을 움직여 봉사하는 것이 즐겁다니...
오랜만에 느끼는 즐거움이었다.
#정리수납 #정돈 #분류 #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