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 전 코로나 확진으로 미뤄진 건강검진.
연말이라 날짜가 없어서 겨우 오늘 오후로 잡혔다.
어젯밤 10시부터 금식해서 오늘도 아침과 점심 금식.
물도 14시간 못 마심 ㅠ
초음파 검사들이 오래 걸려서 물어보니
금식 시간도 길고 물을 안 마셔서 장기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마른 체형이 덜 보이는 편
이라 하신다.
역시 2끼 금식 여파가 컸다.
기력도 없는데 다른 검사하고 다시 또
하러 오라고 해서 (검사 미완료됨)
내시경을 가려던 중.
간호사가 그전에 채혈을 하고 오라고 했다.
채혈 후 가니.. 물을 정수기 옆 작은 동그란 종이컵으로
10잔을 마시고 오란다.
"지금요? 저 마시면 안되지 않나요?"
지금 검사 중인데 마셔도 되냐고
물으니 그래야 검사 가능하다고 알려준다.
된다고...
차트도 보고 말하니깐 알겠다 하고 갔다.
10 잔을 마시고 갔는데 30분 기다렸다 복부초음파를
또 다시 하자고 해서...
"거기서 내시경 끝나고 다시 오라고 했는데요?"
말하니 간호사가 놀라서 다시 차트를 살핀다.
아뿔싸...
내시경을 한 줄 착각을... ㅠ
이미 물은 마셨고... 급히 사색이 된 간호사가
내시경 쪽으로 전화를 돌리지만...
내시경이 가능할 리 없다.
검사 다 안 했는데 마셔도 돼요?
내가 물었을 때 간호사가 확인을 안 한 거다.
간호사: 그거 마셔야 되어요... 그래야 검사 가능하거든요...
확신이 가득했던 그녀...
아차! 대박 실수한 간호사. 초보 간호사 같았다.
남편이 나 픽업 겸 오후에 애들 챙겨야 해서
휴가까지 내고 왔건만...
예기치 못한 대형실수.. 순간 나도 눈물이 나올뻔.
기운도 없고 다른 날 다시 금식하고 여길 와야 한다니..
화낸다고 돌이킬 수도 없고 간호사가 당황해서
미안하다고 하니... 그냥 넘어갔다. 나 쿨병인가?
최대한 빠른 일정으로 맞춰달라고 함.
미안하다고 자기가 큰 실수 해서 어쩌냐고
하는데... 화를 내서 달라질 것도 없고
화를 참은 것도 있지만 오후 4시 가까이 지친
상태라 뭐라고 말할 기운도 없었다. ㅠㅠㅠ
다시 토요일에 이른 아침에 잡혔다.
차 안에서 (그 상황을) 남편에게 말하니깐..
자기도 이미 일어난... 어쩔 수 없는 일에는
화 내봐야 의미가 없어서 받아들였을 것 같다고...
남편 왈: 당신 덕분에 4시간 자유시간이 좋았어.
맛난 거 사 먹고 오래간만에 여유 즐기며 힐링했지.
<바보같이 화도 안 냈어? 가만히 있었어?라고 말하는
남편이 아니어서 감사했다. 그랬다면 더 기분이 안
좋았을 텐데...>
나: 난 사과하고 잘못 인정하는 사람에겐 화가 잘 안 나.
부인하거나 딴 소리하면 나도 화냈지.
다행히.. 남편은 내 덕에 오랜만에 휴가 내서 괜찮았구나.
남편의 행복하고 여유로운 표정을 보니 진짜인가 보다.
오면서 실수 이야기로 대화가 이어졌다.
나: 당신도 회사에서 실수해?
남편: 가끔 하지.
나: 신혼 초에 시트지 붙일 때 끈끈이 안 떼고 물 묻혀서 붙여놓고 안 붙는다 했던 거 기억나?
남편: 내가 그랬다고? 진짜?
나: 그 정돈 아무것도 아닌 거지. 귀여워 웃을 일이고.. 난 어린이용 지능검사 계산을 실수해서.. 평범한 아이인데 그 아이는 (지금까지) 자기 머리 되게 좋은 줄 알고 살 거야. 대박 실수했지.
상담소 인턴 상담원 때..
오늘 일은 별 일 아니다.
지나고 보면... 순간만 지나면...
나한테 치명적인 해가 있었던 건 아니지
않나...
그나저나 검사 결과가 잘 나왔으면 좋겠다.
치아는 관리 잘했다고 칭찬받았고
오는 길 커피우유 먹으면서 기분 좋게 왔다.
저녁엔 맛난 거 시켜먹기로 했다.
실수는 실수 일뿐... 지나면 아무 일도 아니다.
나도 한번씩 실수하니까...
#실수 #건강검진 #내시경에피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