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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Nov 12. 2022

이젠.. 남편과의 다름이 좋다.

굳이 사소한 일로 싸우지 않는 법.

수리 비용을 아끼려고 직접 헤드라이트를

갈고 있는 남편.

공대 기계과 출신이라 간단한 교체는

혼자 해보려고 한다.

관련 분야가 아니니 유튜브로 방법을 익히고

고생하면서 결국 해내긴 한다.


기계 쪽에 관심과 재능이 없는 아내도 어쩌다 한 번씩

의외의 도움을 준다. 전문가들 눈에는 안 보이는

부분을 찾는다던지... 의도하지 않았는데 남편에게는

(내 생각이) 쏠쏠한 지점일 때가 있다.



도움을 주는 일은 드물다. 번씩 해결사 아내?


지하주차장에서 땀 흘리며 교체 작업 중인 남편.

혹시 오늘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때마다 남편은 시큰둥하고 이미 영상도 보고

왔다면서 알아서 하겠다는 신호를 보낸다.



시간이 지나서 슬쩍 천천히 내려가 봤다.

"하느라 힘들겠네. 고생하는 거 같아 안쓰러워서 왔지."


하면서 분위기를 살핀다. 나는 나대로 영상으로 검색을 했지만 바로 보여주진 않는다.


혼잣말처럼 "어머. 영상이 많네. 신기하다. 나도 궁금해서 보는 거야. 그냥... "


남편: 나 이미 다 보고 왔어.


나: 응 그랬을 것 같아. 준비성 철저하잖아. 그냥 나도 좀 보려고..



일하는 남편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혼자 보다가

남편이 헤매는 부분 같은 곳이 나오면 

일단 영상을 멈추고 슬며시 다가간다.

(막바로 가지 말고 시간차를 두고)


"(이미 남편이 해놓은 결과물) 이쪽은 한 거네. 이쪽만 하면 되는 건데... 당신 고생하게 이게 웬 말썽인지... 난 봐도 모르겠네."

(영상을 틀며 남편 보이게 폰을 돌린다. 나도 남편도 보이도록. 남편에게 가까이 들이밀면 싫어할 듯함.)


어느새 남편도 일하면서 영상을 보고 있다.

어쩌다 한번 도움이 되면... 도움 준 것에 대해 호들갑

떨지 않고... (속으론 웃음 나오고 뿌듯)


"당신이 이런 거 잘하니까 참 좋다. 나는 기계 잘 다루는

사람이랑 결혼해야지 했다니까. 돈도 아꼈고...

고치느라 힘들었지? 고생했으니까 고기 구워 먹을까?"


이쯤 되면 남편도 내 도움도 어느 정도 있었다고 추켜세워준다.

그땐 이렇게 마무리를 지어준다.

일명: 엎드려 절 받기



"당신이 다 아는 건데 뭘. 난 그냥 하나 운 좋게 걸린 거지. 도움 되었다니 다행이네. 나도 기분 좋고~ 난 괜히 방해될까 걱정했지"


(아쉽게도 오늘은 도움을 못 주었다. ㅠ)


남편은 길 물어보는 거 싫어했고 스스로 해결하려고 했다.

난 물어보는데 익숙해서 지금도 잘 묻는다.

남편도 (가끔씩) 어느새 묻는 사람이 되었고

이젠 그 일로는 감정 소모가 없다.


이상주의자였던 나는 현실감이 생겼고

직업 특성상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두는

남편에게 배울 점도 많다.


서로의 다름이 걸림이 될 수도 있지만 서로를 보완하여

더 풍성한 결과를 가져온다.


늘 소소한 꿈으로 가득 차서 이미 생각은 저 멀리 가있는

나를 보며... 어이없어했던 남편은.. 문득 그 꿈이 현실화되는 것을 본다.


남편의 성실함, 꾸준함을 보며 나도 어느 정도의 틀이

생겼다.


서로 다를 뿐. 누가 더 낫거나 못한 것은 아니었다.

상대를 바꾸려한다는 건... 이미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가 깔려있다.


상대를 인정할 때 의외의 괜찮은 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서로의 색을 유지한 채로

경계에 조화로운 빛깔을 담아 연결점

만들 수 있다.


#부부의사소통 #대화방식 #부부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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