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선생님께 들은 이야기다. 요즘 아이들의 특징이라면... 아이들이 자기 것을 잘 챙기고 남에게 피해도 주지 않지만 자신이 조금이라도 피해 보는 것을 못 견딘다고... 아주 조금의 불공정도 용납하지 않고 항의한다고 했다. 굉장히 솔직하며 성적 등에 조금이라도 피해가 가면.. 선생님께 다 말을 하고 그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요구한다고 했다.
시험지를 조금 늦게 내거나 청소를 깜빡하고 간 아이가 있을 땐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말을 하고 그에 대한 결과를 받아야 넘어간다고 했다. 그런 일로 한 친구는 시험지를 늦게 제출해서 0점 처리를 받게 되었고 청소를 안 하고 간 아이는 자기 몫까지 청소한 아이들에게 다음 날 사과와 보상을 했다고 한다.
우리 때는 그런 친구들이 반(자기주장, 자기 권리에 적극적인 아이들)에 2~3명 있었다면 지금은 반대라고 했다. 친구의 잘못을 이해해주고 자기가 약간 손해를 봐도 넘어가는 아이들은 2~3명 정도라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했다.
공정한 것이 중요한 세대 같다. 우리 때는 빤질거리는 아이들이 있어도 그냥 같이 점수를 받고 속으로는 짜증이 났지만 그냥 넘어갔었던 기억이 있다.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였고 그래도 반 아이인데 이르거나 그 아이에게 불이익이 가는 건 차마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얼마 전 간식으로 받아온 딸의 김밥 이야기를 올렸었다. (댓글들 의견은 다양했다.) 딸에게 김밥은 자신의 것이었다. 그거 어차피 지금 못 먹을 테니 엄마 먹게 주고 아빠랑 외식하러 가면 좋겠다는 의견에... 왜 그래야 하는지를 물었고 싫다고 했다. 이제야 딸의 생각이 확실히 이해가 되었다. 생각하는 방식(사고방식 자체)이 많이 달라졌구나. 이런 생각이 일반적인 것이구나. (딸이 유별난 게 아니었다.)
억울한 일 당하거나 손해 보는 것을 거부하는 것 자체는 좋은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필요하다. 다만 우리 세대는 정서상 (요즘 세대에 대해) 좀 차갑다 혹은 너무 냉정한 거 아닌가? 그런 오해하거나 이해를 못 할 수도 있다.
생각해보니 우리 때도 한 후배가 열변을 토한 적이 있다. 교회 수련회에 가서 여자 친구들에게 더 가까운 화장실을 사용하게 하는 것에 대해 왜 꼭 남자라는 이유로 여자들을 배려하고 양보를 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땐 분위기(정서상) 그 아이의 주장에 대해 이해를 못 했는데 요즘 세대에겐 그 후배의 생각이 오히려 다수의 생각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면 그 후배의 불공정에 대한 생각이 이해가 간다.)
머리로 이해되어야 수긍이 되는 것... 그런데 사실 세상에는 머리로 다 이해되지 않는 것들도 있지 않은가?
약자를 더 배려함으로 내가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도 있지만 결국 함께 가는 사회이기에 타인에 대한 배려, 희생이 따라야 할 때가 존재한다. 쉽지 않은 문제다.
초등학교 6학년 선생님은 난폭하다 못해 술 심부름까지 아이들에게 시키는 사람이었다. 성추행을 목격한 적도 있었다. 자신의 권위와 힘으로 아이들을 괴롭히고 공포를 심어줌으로써 (아이들이 부모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도 못하게 하는...) 마틸다의 교장선생님 같은 부류가.. 현실 속에 있었다.
난 (부모님 일터가 이전되어) 전학을 가게 되었고 그 충격에서 벗어났지만 마음 가운데 남아있던 아이들이 걱정되었다. 지금 그런 일이 (비밀리에) 일어날 수도 없겠지만 그 당시엔 아이들이 자기의 생각과 상처를 부모에게 적극적으로 표현할 줄 몰랐다. 지금 아이들이라면 녹음을 하거나 부모님이 민원을 넣고 적극적으로 대항했을 것이고 그 사람이 나중에 교장선생님까지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아이들도 자신의 생각에 솔직하고 자기의 권리를 스스로 지키는 능력이 필요하다. 다만 삶에서 일어나는 것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갖고 나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자기 초월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 간디나 윌버포스, 넬슨 만델라 같은 분들은 정의를 추구했고 약자의 권리를 위해 자신을 희생시키는 삶을 살았다.
자기 자신의 권리만 생각한다면 한계가 있고 소외된 약자들과 누군가는 영영 살아가기 힘들 수 있다.
요즘 세대를 이해하게 되면서 나 자신도 배우고 싶은 부분이 있다. (꽤 괜찮다고 느껴지는 부분들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