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레즌트 Oct 23. 2022

딸과의 세대 차이일까?

엄마한테 김밥 주기 싫은 게 실화야?

어린이 예배 후 교회에서 김밥을 받아온 딸.

남편과 아이들은 점심 외식을 하러 간다.

난 남아서 소년부 아이들 교사로 봉사하다 보니

점심시간이 애매해서 음료를 먹고 가는 편이다.


이 날  에게 (아빠, 오빠와) 어차피 점심을 사 먹으러 가니까 김밥을 나(엄마인 나) 주고 가라고 했다.

허걱. 딸이 싫다는 거다.


점심 못 먹는 엄마에게 김밥 한 줄 주고 가는 게 정말 싫을 수 있구나. 내 머리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순간 장난이겠지... 싶었다. 설마.. 진짜 안 주고 가진 않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딸은 장난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나: (김밥 쪽으로 손을 내밀며) 엄마 주고 가고 너는 맛난 거 아빠랑 먹으면 되겠네.

딸: 이 김밥 맛있대. 나 먹고 싶어. 이걸 다 엄마를 주고 가라고? 왜?

나: (당황) 엄마 점심 못 먹잖아.


딸: 간단히 먹고 가면 되잖아. (엄마는 사 먹을 돈이 있으므로) 난 김밥 좋고 먹고 싶어.

남편: 그래 엄마 드리고 가라. 너는 두 끼 가서 배불리 먹으니까. 엄마는 시간이 애매해서 배고플 거야. 김밥 차에 두고 가면 상할 수도 있고. 엄마 먹고 싶으신 거 같다야.


딸: 나도 김밥 먹고 싶은대? 내가 받은 간식인데 주라고?

나: 엄마. 김밥 먹고 싶어. 이거 먹고 들어가면 좋겠어.

주고 가라. 응?


딸: (고민하는 딸)

나: 그럼 몇 개만 먹고 갈게. 어차피 두 끼에서 이거 꺼내서 먹지 못하잖아. 여기서 넷이서 먹고 가자. 같이 나눠 먹자. 너도 김밥 좋아하니까 먹고. 나 몇 개면 되거든.(혈당 조절 중)


딸: (딸이 김밥 싼 포일을 열고 우리는 한 개씩 먹었다.) 그럼 두 개씩만 먹어요.  

나: (맛있어서 1개 먹고 2개 붙은 거 한 번에 집었다. 딸이 봤다.)와 맛있다. 진짜 맛나네.


딸: 엄마 한 개씩 집어야지. 두 개는 반칙이지.

나: 나 세 개는 먹어야 해. 그리고 음료 먹고 들어가면 충분. 딱 좋다.



아이가 어지간히 먹고 싶었나 보다. 둘째랑 남편, 딸을 보내고 가는 모습을 지켜보니... 딸이 걸어가면서도 먹고 있다.


'그래 한창 먹을 시기긴 하지. 그래도 엄마에게 주는 게 진짜 아까웠던 걸까? 난 이해가 잘 되지 않네. 진짜?

난 안 그랬던 거 같은데... 난 우리 엄마가 양보를 많이 하니까 엄마 주는 건 아깝지 않았는데... 아니었나?'


소년부 모임을 마치고 **선생님과 그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왔다.


생각해보니.. 딸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엄마가 김밥 주고 가라고 한 말이... 김밥은 자신이 받은 간식이고 자신은 김밥을 좋아해서 먹을 생각이 있었고... 엄마가 얼마나 배가 고픈지 밥을 왜 안 먹고 가는지 등 그런 생각까지는 못한 거다. (내 입장에서 기대했던 것과 딸이 생각하는 방식이 달랐다.)


와.. 우리 때랑 다르구나....


딸의 모습은 (내 기준에선) 정이 없어 보이긴 했지만 

(사실) 잘못된 건 아니었다. 

당연히 주고 가길 바라는 엄마의 모습이...

딸은 잘 이해되지 않았을 거다.


얼마 전 딸이 불공정에 대해 말했다.

"엄마. 오빠게임 시간을 약속보다 더 늘려주는 것은 아닌 거 같아요. 이제 오빠 게임 시간 줄여주세요."


그때 내 반응은...


"너한테는 이러이러한 거 엄마가 많이 해주고 너를 위해서 해준 거 많잖아."


딸의 답변 : 엄마. 갑자기 다른 주제로 넘어가시는 거지요? 우리 게임 얘기하고 있지 않았나요?


나: 응. 그렇지. 맞아. 오빠에게 허용해준 거 있지만 너를 위해 엄마가 해준 것들도 많다는 거지. 매번 그랬던 것도 아니고... 편집 시간이 꽤 걸리거든.


딸: 나에게 잘 해준 이야기는... 게임 야기랑 다른 거잖아요. 갑자기 할 말이 없어서 다른 말로 돌리시는 거 같아요.


맞다. 뜨끔. 의사소통 방식의 문제점을 직면했다. 다른 사람들에겐 이렇게 소통하지 않는데 아이들에게는

이런 식의 패턴으로 말할 때가 있었다.


내 속내는... '너를 차별하는 게 아니야. 엄마는 세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어. 그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오빠를 더 좋아해서 게임 시간을 늘려줬던 것은 아니야.'


이렇게 돌려서 말하는 방식으로 말하고... 아이가 알아서 이해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오늘 또 아이들에게 배운다.

머리로 이해되어야 움직이는 요즘 세대.

사실 그게 좋은 건데...


내가 어릴 땐 일단 하고 나서 생각해봤던 거 같다. 무언가 해야 한다고 하니 그래야 되는 거구나.. 했던 적도 있었다. 마음속 의문, 억울함, 불공정에 대한 생각이 있었지만

그땐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했었다.


솔직하게 말하는 요즘 아이들이.. 어딘지 부럽다.

난 커서야 그걸 배웠는데..


#세대차이 #의사소통 #부모교육 #소통방식


세대차이 - 개인주의. 불공정을 대하는 자세

매거진의 이전글 오래간만에 마을 행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