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레즌트 Oct 24. 2022

뭐해 먹지? 가 고민인 일상

10대 세 아이 엄마인데 요리 못합니다. 그래도 되지요?

 아이 엄마라고 하면 타인의 기대치가 있다.


요리 뚝딱 잘하시겠네요.

살림도 고수 시겠네요.

대단하셔요. 


그 물음에 심한 찔림이 있다.


17년 차 주부이나 정리정돈을 못해서 강의를 듣고 있고

음식은 자신 있는 게 닭날개 소금구이, 김치볶음밥,

미역국 세 가지뿐이다.


요리책 보며 열심히 노력한 적도 있지만 해놓아도

맛있지가 않았다.

재료 구하고 요리 그릇 정리도 힘든데

음식도 종종 남으니...

게다가 난 소식을 한다.

남편은 저녁까지 회사에서 먹고 오고..


애들이 좋아하는 위주로 간단히 먹고 살아왔다.


전에 아는 엄마가 결혼 후 시댁에 인사드리러 갔는데...

시어머니가 손도 느리시고 음식 할 줄 모르셔서 햄을

구워주셨다고... ㅋㅋㅋ


이야기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내가 그럴까 봐. ㅋ


아이들이 엄마의 장점에 '맛있는 요리사'라고

적어놓아 놀란 적이 있다. 역시 익숙함이 무섭구나.


사람들은 나이 들수록 엄마 음식을 그리워한다.

엄마 음식이 두고두고 생각나는 건 맛도 있지만

엄마의 손길, 따스함의 기억이 크구나 싶다.


나: 엄마가 요리해주는 게 정말 맛있어?


 아이: 응. 엄마 요리 잘해. 내가 좋아하는 맛.


나: 엄마. 요리 뭐 잘해?(진짜 궁금)


아이들: 계란 프라이, 미역국, 김치찌개, 순두부. 오징어볶음. 라면


(엥? 라면은 누가 끓여도 맛있는 건데 ㅎㅎㅎ)


세 아이: 고맙다야. 나 그 소리 너희한테 처음 들어. 하하하.


만만한 김치볶음밥- 큰 애 것만 남겨 놓은 상태.

보기보다 맛있음.



이젠 당당하다. 아이들이 엄마 요리가 맛있고 엄마가 최고의 요리사라고 했다.


나: 여보. 애들이 내가 요리사래. 난 주부지만 살림, 요리에 정말 관심이 없긴 하잖아. 예전엔 나를 바꾸려고 했는데... 부족을 채우려고.. 냥 만족할래.


남편: 애들 안 아프고 잘 크니까 됐지 뭐.


나: 난 육아만 흥미가 있고 적성에 맞아. 신이 나에게 살림, 요리 쪽 재능까지 육아에만 몰빵 했나 봐. 하하하. 


사실.. 육아를 잘하느냐? 그건 애들 더 커봐야 아는 거고.. 애들이 얼마나 사랑과 행복을 느끼느냐는 내가 알 수 없다.


다만..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기쁨이 크고 아이들 표정이 편안하고 마음이 안정되어 있으니 안심이 된다.

더 바랄 것이 있을까? 


찔린다. 교육적인 바람이 스멀스멀 올라와 감정을 흔들기도 하니까... 이 또한 과정이겠지. 하나씩 하나씩 기대하되 욕심은 내려놓는 일.


아이의 인생을 뒤에서 응원하는 일..


<스스로에게 해주는 응원>


살림 꽝인 나를...

더이상 부족하다 하지 않을래.

그럼에도 안 굶기고 살아왔고

능숙하지 못한 어설픈 손으로

여지껏 해온 것도 대견해.

잘하는 사람이야 수월하겠지만
난 그렇지 않았으니까.



#요리실력 #엄마요리 #살림 #주부


https://brunch.co.kr/@129ba566e8e14a7/309


매거진의 이전글 딸과의 세대 차이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