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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Nov 24. 2022

결혼 18년 차 부부는 이런 일로는 싸우지 않는다.

부부가 싸움을 모면하는 방법

얼마 전 컨디션이 안 좋았다. 3가지 조건이 겹치면 조심 싸인이다.

1. 감기 기운에 에너지 저하 상태.

2. 신경 써야 할 일들 겹침.

3. 밖에서 기분 안 좋은 상황을 겪은 날.


게다가 생리 2일 차.


오후 늦게 집에 오니 남편이 행복하게 게임을 하고 있다. 야근으로 피곤한 한 주를 보냈던 남편에게 유일한 낙인 게임.

남편은 퇴근 후, 주말엔 게임을 한다.

(장시간 외출 후 돌아와 보니) 설거지 통에 그릇이 쌓여있다. (아침에 함께 먹은 것부터 그대로)


컴퓨터는 공용공간인 거실에 있기에 설거지를 하면서도... 아이처럼 기분 좋게 게임을 하는 남편의 뒷모습이 보였다. (른의 배려가 있는) 남편은 게임할 때 사운드도 끄고 한다.


이 날따라 남편의 뒷모습이 미워지기 시작하고 집에서 쉬면서 설거지 좀 해놓지 싶은 불만이 슬금슬금 올라온다.


설거지하면서 남편 들으라고 하는 말.

"당신이 게임하는 건 안 미운데 설거지 좀 해놓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네. 몸도 피곤하고 왜 이리 지치는지... 게임은 재밌지? 오늘은 미워질라 하네." 떠본다.


남편은.. 주변을 못 본다. 일부러 안 하는 게 아닐 때가 있다. 해달라고 하면 한다. 다만... 말을 안 하면 하지 않는다.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못함.

남편은 내 말에 눈치가 보이는지 미안한(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남편의 당황한 표정. 이때다 싶어 한 두 마디 잔소리가 나왔다.


나: "내가 하라고 했으면 했겠지? 잘 안 보인 거지?"

남편: "응. 하라고 하면 하지. 많이 피곤해?"

나: "응. 많이 지치네. 왜 이리 몸이 힘든지.."


<내가 듣고 싶은 말은.. 내가 지금이라도 할까?> 였으나

그 말은 없다.

그렇게 설거지가 끝나갈 때쯤... 나도 심통이 나서 예전 이야기를 꺼낸다.

(이때가 싸움 시작 지점 불씨를 붙이는 1차 위기 지점)


머리로는 안다. 여기서 그만해야 한다는 걸. 말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면서 말이 불쑥 튀어나온다. 두 가지가 왜 생각났을까? (남편의 무심함을 꼬집고 싶었나 보다.)


기저귀 필요했는데 남편이 전화 안 받아서 고생했던 기억 에피소드. 전화를 항상 무음으로 해놓는 남편은 뒤늦게 알고도 사과하지 않았었다. (백만 년 전 이야기...ㅜㅜ 내가 적으면서도 민망하다. 그 당시 혼자 아이 데리고 뒤처리하느라 진땀 뺌. 남편이 미안해할 줄 알았다.)


남편은 일부러 안 받은 건 아니었다고 했다. 게 끝!

=> 이 기억이 왜 났을까? 무심함. 내 곤란(?)을 대수롭지 않게 여김.


두 번째 기억이 스친다. (백만 년 전 이야기)


내가 애들 데리고 1박으로 놀러 갔다 온 날... 급히 나가느라 못 치운 조개껍데기가 그대로 있었다. 하루가 지난 시점에도 그대로 둬서 얼마나 황당했는지.. 안 보였단다.


"지금 생각해도 당신이 너무 했지. 그렇지?" 

(2차 싸움 위기)


남편: .....


아차! 내가 남편을 비난하는 말로 접근하고 있음을 인지했다. 괜히 말했다 싶은 옛날이야기. 

설거지를 그대로 둔 무심함에 떠오른 예전 기억.

남편은 해놓으라 하면 했을 텐데..


남편은 별 말이 없고... 자신은 주변을 잘 살피지 않기에 정말 몰랐다고 했었다. 지금도 안 보였을지 모른다.


남편의 한마디 말에는 전혀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고마웠다. 자기반성 중. 


나: 당신 어떻게 참았어? 내 딴지를..?

남편:... 알지. 오늘 힘들었구나 했지.

나: 내가 예민해진 날에 참아준 거 고마워.

       당신이 그래 준 거 나도 알아.


남편도 나를 알고... 나도 남편을 안다.

남편이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아내도 투덜거리고 싶은 순간이 있다는 것도...

18년 차 부부는 그런 일로 다투지 않는 법

알게 되었다.


서로를 한 번씩 참아주면서 상대가 괜찮아질 지점을...

기다려줄 수 있게 되었다.


(나도 얼마 전 남편의 까칠한 순간을 참아주었다.

서로 안다. 그 사람이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일 때는

뭔가 힘겨움이 있었을 거라는 것을....)


강의하러 새벽같이 나갔다 온 날.

크대가 깨끗이 비어있다. 아이들 아침 챙기고

설거지를 했단다. 해놓으라고 하지 않았고

본인도 회사 나가느라 시간 촉박했을 텐데..


내가 한 소리 한 것이... 헛되지 않았다.



#부부싸움 #부부대화 #화해 #이해 #말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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