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레즌트 Dec 16. 2022

집 초대 부담 되시나요?

애들 포함 25명?? 에라 모르겠다. 어떻게 되겠지.

코로나로 집에 누군가 초대하는 일이 드물어졌다. 1대 1 혹은 소수로 만나는 모임은 좋으나 누구 집에 초대받으면..

고마우면서도 나는 잘 초대하지 못해 마음에 걸렸다.


애들 어릴 때 동네 엄마나 교회 엄마들과 교제하면서.. 종종 초대받는 일이 생겼고.. 우리 집도 정리를 하고 초대를 했었다. 그때마다 찾아오는 부담감.


애들도 어리고 손도 느리고... 정리정돈도 쉽지 않아서 화장실, 거실에 애들 책들과 장난감 정리, 부엌 싱크대, 현관에 놓인 물건들 정리... 오래 걸리고 복잡했다.


애들이 한 방에서 놀면 치우고... 지치고... 요령도 없고 또 음식도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는데 오래간만에 초대하면서 시켜주긴 싫고(미안하고) 요리도 검색해서 하다가 실패.

장보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굉장히 간단하게 몇 개만 하는데도 벌려놓은 그릇과 냄비만 가득. 

(누가 보면 잔치하나 싶은데 차린 건 5가지가 안 넘음)


아이들 친구들 초대가 더 나았다. 엄마들(지인들) 초대는 부담.

내가 선택한 방법.. 한 번에 한꺼번에 초대해서 끝내기?


아이들 덕에 큰 집으로 이사하게 되어 막내 유치원 엄마들과 아이들 그들의 형제들을 초대하니... 25명이 넘었다. 1층 같은 필로티여서 각방에 아이들이 실컷 놀고 거실에 식과 책상 1개. 당구대 연결. 아이들은 교자상.


사람 수만 보면 무슨 잔치 같았음. 키기로 하고 밥과 시골 (신선*** 사옴)만 했다.  주문: 김밥. 떡볶이. 치킨. 피자.

엄마들도 각자 하나씩 가져오심.


거실에서 수다. 각 방엔 아이들. 거실에서도 놀기.



그날 밥을 하려고 했다. 갑자기 초대하기 1시간 반 전에..

솥이 고장 났다. 대략 난감. 내가 번뜩 생각한 방법.

집에 가장 큰 냄비에 밥을 해볼까? 한 번도 안 해봤는데..

그냥 도전.


다행히 아래 좀 타고 고슬 밥 완성. 적이다. 뚜껑 절대 열지 말라해서 불만 줄이고 서서히 껐다.


우리 집 오면 너무 편하다며 다들 좋아하셨다.

더 있겠다 조르는 아이들, 울먹이는 아이들을 억지로 달래 데려가셨다.


초대받아 온 언니 한 분은... 차린 거 겨우 5개밖에 없고

평범한 순두부찌개, 시금치나물, 김치, 김, 삼겹살 이런 식이 었음에도... 어설픈 내가 땀을 흘리며 왔다 갔다 하는 걸 보더니.. 눈물이 글썽였다.

잘하는 사람이면 이렇게 감동하진 않았을 거라며

노력하는 모습이 뭉클하다고 ㅎㅎㅎ


노력하는 게 고맙고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우시고..


어떤 언니도... **엄마가 애 데리고 청소하고 준비했을 생각 하니 고마웠다고 했었다. 측은의 아이콘이 된 나..



한 분은... 집사님이 내오신 음식은 정말 평범한데

자신을 환대하고 배려하는 것에 뭉클했다고 했다.

뭐지? 빈말이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차린 걸 보면

미역국. 김치. 계란말이. 깻잎. 불고기가 다였다.


사람들은 (내 스타일을 알아서) 내가 노력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가고 나면 빨리 후다닥 치우지 못하는 것도

알고.. 며칠간 에너지 충전이 필요한 사람인지도

대충 알고 있다.


그럼에도 자신을 좋아해서 준비한 조촐하지만

(당사자인 나에겐) 남들 3~4 배 걸리는

쉽지 않은 무엇임(?)을 읽어준 것이다. ㅠㅠㅠ


웃지 못할 추억도 많았다. 뽀로로 포크를 준 적도 있고 접시를 못 찾아 볼에다 과일을 담아내기도 했고..

커피도 그 당시 믹스 커피가 다였고.. 그 조차 깜빡해서

커피우유를 주고  멋스럽거나 괜찮은 음식도 없었다.


가고 나면 그 여파가 3~4일은 갔다. 강아지가 생기면서

초대도 줄었고 애들이 크면서 모임도 밖에서 하게 되었다.

또 코로나로...


오늘 정수기 청소하러 오시는 날.

그 조차도 무언가 부담이 된다.

금방 가시는데도.. 3 달에 한 번이 참

빨리 온다.


뭐 챙기거나 그런 것도 없는데... 정수기 필터 교체하시는 코디 분과 강아지 이야기를 한다. 사진 보며 주며 이쁘다 귀엽다 하고... 이뻐해 주시니 우리 강아지도 신나고...

음료라도 하나 드릴걸... ㅠ


저처럼.. 집에 누굴 초대하는 게
쉽지 않은 분 계신가요?


슬슬 초대하고 싶은 사람들이 생겼다.

올해는 못해도 내년엔 시켜 먹더라도

집에 오라고 하고 싶다.

사람이 좋고 이야기 나눔이 좋다.


결론: 초대 전 준비과정과 가신 후 에너지 소진만 힘들 뿐.

           그러나 만나는 시간은 굉장히 기분 좋고 

            진심으로 많이 행복하다는 거.



#집초대 #부담 #청소 #모임 #내향인





https://brunch.co.kr/@129ba566e8e14a7/245


매거진의 이전글 쉿. 나 아픈거 언니한텐 절대 비밀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