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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Dec 31. 2022

오늘 싸웠다. 내 목소리도 커졌다.

나랑 싸운 아저씨는 왜 그렇게 화가 났었을까?

어쩌다 한번 남편과 말다툼, 사춘기 아이들과 갈등은 있었지만.. 남들과는 속상한 일은 있어도 대놓고(?) 싸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갈등을 싫어해서 좋게 말로 표현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웬만한 건 상대방이 힘들거나

스트레스가 있었겠지 생각하며 넘어가고 이건 아니다 싶은 거는 되도록 부드럽게 표현하려고 했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함도 있었다.


사춘기 둘째하고는 일 년에 3~4번 말싸움이 커질 때가 있었지만 그 또한 아이도 나도 금방 푸는 편이라

길어야 2시간 안에 모든 상황이 정리되고 화해와 회복까지 갔던 것 같다. 그때가 가장 격렬한 갈등ㅠ



오늘 있었던 일이다. 아이 방학 특강날이라 등록하러 모 학원에 갔다. 그 위치가 전에 살았던 곳이어서

10년 전쯤 그곳에 주차한 기억이 있었다. 워낙 복잡하고 좁은 곳이다. 등록만 하고 나오면 되기에

주차칸 입구 쪽 주차란에 나가기 좋게 주차를 했다. 오늘은 이른 시간이라 한적하고 주차칸이라

진로에 방해가 되는 곳은 아니었다.  


차키를 뽑고 5분 안에 결제만 하고 나오려고 가는데 주차 관리 아저씨께서 소리를 지르고 뭐라고 하기

시작했다.


아저씨: (호통치시며) 여기다 대면 안되지. 저기 (손가락질을 하시며) 저기다 대. 여기 복잡한 곳인데 저기다 차를 대면되나? 나참... 빨리.

나: 저기 주차란인데도 안 되는 곳인가요? 제가 7층 **학원 결제만 하고 바로 내려올 건데 다시 댈까요?

아저씨: 저기 안돼. 트럭 옆에다 대. 빨리. 어서.

나: 네. (급히 가서 차를 돌려 다시 대하려 하는데 아저씨가 삿대질까지 하시며 소리를 치셨다.)

아저씨: 저기. 전면주차. 글 못 읽?

나: 네. 다시 돌릴게요. 제가 저기에 댈 때 차 방향을 이렇게 해서 다시 돌려야 해요. 근데 아저씨.

제가 그렇게 할 테니 이제 소리 지르지 마세요.

아저씨: 말귀를 못 알아들으니까 그렇지. 나참. 글도 못 읽나?

나: 제가 지금 대고 있잖아요. 소리치지 마세요.


아저씨는 계속 소리를 쳤고 나도 화가 나기 시작했다. 손으로 가리키는 것도 기분이 좋지 않았고

차도 적고 여유있는 상황에서 길어야 5분 안에 나갈 사람인데...

그래도 아저씨가 말씀하신 대로 모든 걸 하고 있는데... 왜 계속 화를 내실까? 이해가 어려웠다.

이른 아침이라 차도 내 차 포험 2대뿐인데... 나를 무시하는 느낌까지 들었다.

손가락질과 계속되는 호통...


차에서 내리는데.. 옆에 한 대 있던 트럭 아저씨가 멋쩍어하시며 이야기하신다.

트럭 아저씨: 저기 아저씨. 원래 소리가 커서 그러니까 그냥 이해하세요. 원래 그래요.

나: 저한테만 그러신 거 아닌 거죠? 너무 화를 내시니까 기분이 상해요. 왜 그러신지...

트럭 아저씨: 원래 소리치고 그래요.


주차도 다 끝내고 가려는데 아저씨가 다시 나한테 화를 내셨고 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나: 아저씨. 제가 아저씨 말씀하신 대로 하고 있는 중인데 계속 뭐라고 하셨잖아요. 화나셔서 그러신건가요?

아저씨: 여기 복잡한 곳인데 차를 그렇게 대니까 그렇지. 3분이건 5분이건 무조건 안돼.

나: 알겠으니까 이제 언성을 좀 낮추세요. 저를 무시하시는 느낌이에요. 바로 나갈게요.

아저씨: 나는 원래 목소리 커서 그렇게는 못해. 다들 차 창문 닫고 있어서 내가 목소리 크게 해야지 들려.

나: 저는 차 창문 다 열고 있었잖아요. 저는 아저씨 이야기 다 듣고 그렇게 하고 있었고요.

이제 그러지 마세요.

아저씨: (열이 확 올라서 소리를 더 크게 치신다.) 나 못 해. 나 원래 목소리 이래.

나: 저도 자꾸 그러시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신고할 거예요. 이러지 마세요. 

저 아저씨한테 잘못한 거 없어요. 말씀대로 다 했고요. 지금 제가 언성만 조금 낮춰달라고 부탁드리는 거고요,

아저씨: 난 원래 목소리 이래. 난 못해. 맘대로 해.


<잠시 후>


학원에 결제를 하다가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게 되었다.

나: 주차 관리 아저씨 목소리가 원래 크신 건가요? 저한테 너무 화를 내시니까 당스러워요.

저는 누구랑 싸우거나 그러는 성격은 아닌데.. 오늘 싸웠어요.

선생님 두 분: 또 그러셨어요? 원래 그러세요. 잘 고치지 못하셔요. 원래 목소리 톤이 높고 크세요.

아이고. 왜 그러신지...

나: 원래 목소리가 크신 거면 그럼 괜찮아요. 저한테만 그런 거 아니고 원래 그러신 거니까 알겠습니다.


바로 내려와서 주차 도장 찍힌 걸 내밀었다.

아저씨: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은 아니고요. 여기서 일하다 보니 이렇게 돼버린 거예요. 내가 아파트 주차 관리도 오래 한 사람인데.. 사람들이 말을 잘 못 들어. 창문도 안 내리고.. 하도 답답해서 소리를 크게 내다보니

이렇게 변했어. 나도 온순했었는데 이렇게 되어 버렸어. 

나: 네. 그러셨군요. 알겠어요. 저도 오해했어요. 다음에 저도 좀 더 주의해서 주차하도록 할게요.

아저씨: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하시고 많이 수그러지신 투로 하소연을 하신다.) 약국에서 약만 받아 간다고

하고 30분째 연락도 안 받고 그런 사람도 많아서 내가 안 믿어. 사모님처럼 일찍 내려오는 사람이 없어.

잠깐 올라갔다만 온다고 해놓고 안 오면 여기가 난리 나.

나: 그랬겠네요.

아저씨: (나를) 이해해요. 내가 원래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야.

나: (아저씨 얼굴을 자세히 보면서 아저씨 사연을 들으니 약간 짠한 마음이 들었다.) 네. 그러셨겠네요.

이해가 되네요. 화나셔서 그러신 것도 아니고 저를 무시한 것도 아니니 알겠습니다.

나쁜 분도 아닌 거 알겠고요. 안녕히 계세요.

아저씨: 잘 가세요.

나: 네. 안녕히 계세요.


이렇게 서로 이야기 나누고 인사를 했다. 큰 아이는 엄마가 누군가와 다투는 모습은 처음 본 지라

좀 놀란 눈치. 온유한 성격의 아이는 주차 후 엘리베이터에서 엄마를 달랜다.


아이: 엄마. 아저씨들이 원래 아침에 (스트레스가 많아) 예민해지시나 봐요. 여기가 좁고 복잡한 곳이라서...

다혈질이 좀 있으시긴 한데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러셨을 거예요. (속의 말: 엄마가 그냥 좀 이해해 주세요.)

나: 엄마가 좀 너무 한 건가? 엄마가 화난 거 보니까 좀 그랬지?

아이: 엄마는 그럴만했어요. 계속 소리를 치시니까. 근데 아저씨가 주차 관리가 힘드셨나 봐요.

나: 그래. 사람들이 말을 잘 안 듣고 무시하는 사람도 있고 해서...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

엄마도 고생하시는 분들, 특히 연세 많으신 분들한테는 더 잘해드리려고 하는데.. 외할머니 생각해서 말이지. 근데 오늘은 너무 화가 나더라.



아이의 부드러운 말이 내 마음을 좀 더 녹였던 것 같다. 그리고 아저씨도 격하게 화를 내셨다가 5분 만에 금세 자신이 좀 과했다는 걸 느끼고 언성을 낮추어 말씀을 해주셨다.

그래. 아저씨도 내가 알지 못하는 나름의 어려움들이 많이 있으셨겠지.  


사실.. 추운데 고생하시는 분들 특히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 보면 말이라도 잘해드려야지 싶을 때가 많았다. 돌아오면서 내가 좀 이해하고 넘어가드릴 걸 그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잘 모르겠다. 아니다. 이런 과정도 필요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게 되어 아저씨가 밉지 않고 못된 성격이라는 생각도

사라져 버렸으니까.


그래. 처음부터 호통치며 화를 내는 성격이 얼마나 있을까?

환경과 어려움들을 겪으며 성격도 변할 수 있는 거지.

그래도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어 말씀하신 아저씨를

보면서... 일정 부분은 이해가 되었다.

(대화에 다 옮기지 못했지만 자신의 히스토리를 좀 더 길게 해 주셨다.)



첨부: 위 이야기는 제 시각에서 쓰여진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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