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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Mar 23. 2023

레벨테스트가 뭐라고.. ㅠ

그놈(?)의 레벨테스트가 뭐라고.. ㅜㅜㅜ

중 3인 둘째가 오래 다니던 동네 수학 학원을 옮기려고 했다.

형이 다니는 학원이 있는데 (반과 선생님은 달라도)

요일과 시간을 맞추면 오며 가며 데려다주기도

편하고 둘이 버스 타고 오기도 좋을 것 같았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난생처음 레벨테스트를 보는 게

부담이 되었나 보다. 그래도 형이 다니는 곳에

한 번 가보겠다고 했다.


아이가 레벨테스트를 보는데 오래 걸렸다. 한참

기다리며 '아이가 지치겠다. 왜 이리 안 나오지?'

하고 있는데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너무 장시간 앉아서 시험을 보는 게 힘들고 허리도

아프다고 했다. 생각 보니 3시간째다. 왜 이리

오래 보는 거지? 이상했다. 큰 애는 1시간 반

걸렸던 거 같은데...


마지막엔 아이가 시험을 그냥 안 보고 나와버렸다. 

알고 보니... 기준 점수(통과점수)보다

낮게 나와서 난이도를 조절해서 시험을

여러 번 봤던 거였다. ㅠㅠ


처음에는 마지막 시험을 포기하고 온 아이를

보고 당황했고 3시간 시험도 의미가 없게 된

상황도.. 여러 가지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고 이왕 간 

그냥 풀고 오지 하는 마음으로 답답해서 뭐라고

했다. '시험을 못 봐도 되는데 마무리하고 오지.

엄마도 1시간 근처 돌다가 1시간 반 넘게 지하주차장

에서 기다렸어.'


포기해 버린 아이를 보며 실망감도 잠시 느꼈다.

돌아와서 아이의 입장을 듣고 생각해 보니..

내 생각이 짧았고 어른의 기준에서 판단했음을

깨닫고 너무 미안했다.


대형 학원에서 느껴지는 압박감과 부담, 어려운

시험지, 통과되지 못해 또 다른 시험을 보면서

느꼈을 민망함과 자존심 상함.

엄마가 아이의 그 마음을 읽어주지 못했다.


누구보다 잘 보고 싶었을 아이.

엄마는 못 봐도 상관없고 다음에 기회 있다고

하지만... 당사자인 아이는 통과되어 다니고

싶었을 거다. 결국 레벨테스트를 보는 것도

내가 아닌 아이 몫이고... 결과도 어린아이에겐

결코 무시하고 털어버리기엔 쉽지 않은 거였다.


아이는 어른이 아니다. 아이에게 처음 맞는 경험이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맛있는 음식을

챙겨줬다. 아이는 끄덕이며 엄마의 마음을 이해해

준다. 그놈의 레테(레벨테스트의 줄임)가 뭐라고..?

아무것도 아닌 건데.. 공부가 중하냐? 내 옆에 이렇게

건강하고 귀한 아이가 있는데... "어느 하나 부족하지

않은 온전한 존재"인 것을..


다시 아이를 바라본다. 눈물 나게 고마운 아이가

엄마를 보고 미소를 담담히 지어준다.


됐다. 그거면 된 거다.


아이는 사랑하기 위해 낳은 건데..

그 마음을 다시 되새긴다.


아이의 질문에 더 미안해진다.


아이: 엄마. 마지막 거 다시 볼 기회 줄까? 컨디션 좋은 날 다시 보면 잘 볼 것 같아.

나: 기회는 있는데... 시험 시간이 너무 길더라.

그렇게까지 해서 다녀야 할 만큼 괜찮아 보이진 않아.

너는 혼자 해도.. 어디 다니던 할 수 있는 아이야.


아이의 마음에 울컥한다. 속상했을 아이 마음..


#레벨테스트 #학원 #좌절 #창피 #낙심 #중학생


https://brunch.co.kr/@129ba566e8e14a7/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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