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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Mar 22. 2023

엄마. 공개수업 절대 오지 말아요.

딸의 공개수업날 나는 안 가고 브런치를 쓴다.

초등 때까지 아니 중학교 2학년까지도 아들들은 공개수업에 오기를 바랐다. 초등 때는 몇 번 물어보며 꼭 오라고 했었다.


초 6 인 막내는 공개수업에 오지 말라고 했다.

'사춘기라서 그런가? 엄마가 자기 잘하나 보러 온다고 생각하니 부담되는 건가?' 서운한 마음보다는 나도 갈 시간이 없었기에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그래도 너무 적극적으로 표현하니 '뭐지?서운해질라 하네.' 이런 마음이 살짝 올라왔다.


나: 근데 엄마가 가는 게 싫어? 이유가 궁금해.

딸:.... 그건 말이지.

나: 부담돼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오빠들은 초등 때 엄마 안 올까 봐

몇 번씩 오라고 했었거든.

딸: 엄마. 사실은... 내가 학교에선 나만의 이미지를 만들어놨어. 모범생이고 공부도 잘하고

배려도 잘하고 다정하게 대하거든.

집이랑 좀 달라.


나: (아.... 딸의 말은 자신이 가식적이라는 의미인 듯했다.)

아. 엄마한테 말하는 것보다 몇 배 착하고 친구들에게 도움도 잘 주고 물어보는 것도 잘 대답해 주고?

집이랑 완전 다르다는 거지?

(약간 놀리는 듯 말해버림. 말하면서도 실수한 것 같았다.)


딸: 응. 내가 좀 그런 면이 있어서

엄마가 어이없어 할지도 몰라.


너무 진지한 딸의 말. 사실 집 안과 사회생활이 완전히 똑같은 사람은 없는 건데... 딸아이는 이중적인 그 면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집에서도 사춘기치곤 괜찮은 편인데..

본인은 자신의 완벽한 모습에

엄마가 놀라거나 뭐라고 할까 봐 민망했던 거다.)


더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엄마도 좀 그래. 다들 약간씩 그래. 라면서 위로를 해줘야 할지.. 아이가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인지하며 비슷해지도록 노력하는 게 좋을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보이는 모습과 현실 간의

차이를 좁혀나가는 것. 나도 필요하니까.


브런치에 구독하는 작가님께서 어디까지 자신을 드러낼 수 있을까? 화장을 벗긴 글에 대한 글을 써주셨다. 

(그대로 동행 작가님 글)

https://brunch.co.kr/@inkyung91/234

그 글을 읽으며 '나의 글은 비비크림을 발랐을까'

'가볍게 로션만 바른 상태일까?' 생각했다.

문득 드는 생각.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낼 때

적어도 내면의 단단함에 따라 조절은 필요하지 싶다.

(자신과 지인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막은 둔 채)

강한 햇살에 선크림은 필수니까. 민낯은 드러내되

천천히 자신의 속도를 따라가고 싶다.

딸아이가 아직은 시작 단계이듯이..


#공개수업 #가식 #이중성 #브런치글


https://brunch.co.kr/@129ba566e8e14a7/328

https://brunch.co.kr/@129ba566e8e14a7/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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