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대로 동행 Mar 15. 2023

화장한 글

진솔한 글을 고민하는 작가님께

얼마 전 동생과 통화하면서 글쓰기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글을 자주 쓰지는 않지만 나름 자신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동생은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간혹 화장한 글을 발견한다고 한다.


화장한 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나는 화장한 글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얼마 전 나의  글벗인 배가본드 작가님이 진솔한 글에 대해  글을  보았다. 진솔한 글쓰기의 역설이라고 지칭하면서 진솔하려고 끙끙 앓지만 그조차 진솔하지 못함을 느낀다고 끝을 맺는다.

그 글을 읽으며 동생과 얘기했던 화장한 글이  연상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에세이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곤 한다.

나 역시  내 주변 일상이나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쓰는 에세이를 주로 쓴다.

그런데 글을 계속 쓰면서 의문이 들었다.

내 글은 과연 진솔한가?

나는 정말 내 글에 진솔함을 담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쓰나?


성격상 솔직한 편이지만   나의 글은 가끔 화장을 한다고 느낀다. 사유의 빈곤, 내 경험의 일천함을 커버하기 위해, 철학의 부재를 들키기 싫어서 화장을 했다.   경험에 관한 글을 쓸 때도 대상이 되는 상대를 고려해서 표현이나 묘사를 조심하는 경우가 다.


그렇다. 나는 진솔하지 않다. 화장도 자주 한다. 어쩌면 나의 글은 매번 화려한 색조화장까지 덕지덕지 바른 채 온라인상에서 발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동생의 말에 찔렸나 보다. 한동안 나도 진솔함과 글 속에 담긴 민낯을 고민했다.  

그러던 중, 장강명 작가의 책을 읽으며 무릎을 쳤다.

'글의 힘은 참으로 오묘한 것이다. 정직하게 잘 쓴 글은 거기서 묘사하고 있는 사건뿐 아니라 그 글을 쓸 때 작가의 자세도 독자에게 보여준다. 내면의 고통과 혼란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한 인간의 모습은 늘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어떤 미사여구도 거기에는 못 미친다. '-장강명 '책 한 번 써봅시다' 중-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무심히 쓴 듯한 글 속에 담긴 작가의 자세를 읽는 경우가 많다.

 자체보다 도리어 그 속에 담긴 작가의 모습을 느끼고 숙연해지곤 했다.


작가는 이어서 말한다.

'에세이를 잘 쓰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질이 뭘까. 나는 '삶을 사랑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중략)

좋은 에세이에는 그렇게 삶에 대한 남다른 관찰과 애정이 담긴다.'

 나는 이 문구를 통해서 글 속에 사랑하는 시선이 담길 때 더 좋은 글이 될 수 있음을 믿게 되었다.


그는 '에세이 작가는 단어와 자기 마음을 함께 빚는다. 한 번 그 맛을 알면 점점 더 솔직하게 쓰게 된다. 에세이는 사람을 성장시키는 장르다.'라고 결론 맺는다.


단어와 마음을 빚으며 솔직해지는구나.

그래서 이제 진솔함 대신 사랑을 고민하며 단어와 마음을 빚기로 했다.  

그러다 보면 내 초라한 화장에 가려진 글들도 민낯을 드러내는  투명하고 솔직한 창으로 조금씩 성장하리. 



배가본드 작가님의 진솔한 글쓰기를 향한 치열한 분투를 보면서 지금도 잘 가고 계시다는 응원의 마음을 담아 이 글을 나눕니다. 위에 인용한 대로

내면의 고통과 혼란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한 인간의 모습은 이미  그 자체로  감동입니다.


이미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이  아름답고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준 이곳의 모든 작가님들의 글은 그 자체로  충분히 눈부십니다.  


우리 모두는  글을 쓰며 오늘도  조금씩 자라고 있음을 믿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