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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이성교제 상담

이성교제 상담하는 사춘기 딸아이.

by 프레즌트

2년 전까지는 절대로 남자친구를 사귀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남자친구들과도 거리를 두던 딸.

중 1이 되면서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며 최근에는 부쩍 이런저런 질문을 던진다.


각 잡고 진지하게 묻기보다는 밥 먹으면서 또는 차로 이동하면서 주로 엄마인 나에게 묻곤 한다.


자신을 좋아하는 듯한 반 남자애들이 두어 명 있는 거 같다길래... 어떤 점에서 그렇게 생각되었는지 물었다.


아이는 쉬는 시간에 자기 자리로 자꾸 오고 말을 시킨다고 했다. 너 일수도 있지만 네가 속한 그룹의 다른 친구에게 관심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을 해줬다.

선물도 몰래 자기한테만 사줬단다.

나: 그건 관심 있는 거일 수도 있겠다.

딸은 자기를 좋아하는 신호를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했다.


아이가 이성교제에 대해 부모에게 꺼낼 때는

부모로서의 걱정과 조언을 하기 전에, 일단 아이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는 게 먼저다.


또 아이의 말이 웃기거나 귀엽더라도 놀리는 식으로 반응하지 말고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일상적으로 대하는 게 좋다.


나에게 한 말을 남편에게 전할 때도 아이 앞에선 꺼내지 않도록 남편에게 비밀을 지켜달라고 한다. 그래야 아이는 엄마를 신뢰하여 솔직해질 수 있다.


아이는 최근에도 여러 번 물었고 나도 아이에게 물었다.

"만약에 **이가 너한테 고백을 하면 너는 뭐라고 할 것 같아?"


아이는 몇 달 전에는 기분이 좋고 거절하지 않겠다고 했다.


최근에는 사귀자고 할까 봐 걱정된다고 하면서 사귀는 건 부담되고 다 같이 친구로 편하게 지내고 싶단다.

자신이 금사빠(금세 사랑에 빠지는 사람. 금방 식기도 함) 같냐고 묻는 아이.


너 나이 때는 그게 일반적이다라고 해줬다.

"네가 초1 때 좋아하던 친구 지금 보면 어때?"

물으니 아이는 고개를 절레절레하면서 그때 자신이 그 애들을 좋다고 한 게 이해가 안 간다고 한다.


나: 너도 성장하면서 보는 눈이 달라져. 그러니까 좀 더 성숙해졌을 때 사귀는 게 데미지가 적어. ㅎ

엄마도 커서 초등 동창회 갔다가 짝사랑하던 아이 보고 놀랐거든... 내가 쟤를 왜 좋아했을까? 엄마의 흑역사(지우고 싶은 에피소드)야.


아이는 한 아이가 고백할 것 같은데 거절을 기분 상하지 않게, 어색하지 않게 하는 법을 묻는다.


같이 생각해 보자 했다.


나: 엄마라면 지금은 친구로 지내는 게 좋고 나중에 커도 좋으면 그때 사귀자 할 것 같아. 열린 결말이지만 not yet 느낌으로! 너는 어떻게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아이는 고민하더니 미리 선수를 치겠다고 했다.


"어떻게?"


나의 물음에 자기가 하고 나서 말해 주겠단다.


2일 후... 아이가 말을 꺼냈다. 성공이라면서...


친구들과 만나서 이성교제 이야기를 했는데 그때 딸이 이렇게 선을 긋 듯이 말했단다.


딸: 나는 지금은 누구 하고도 안 사귀고 싶어. 헤어지면 좀 어색하고... 나중에 때가 되면 그때 사귀려고... 지금은 관심이 없어.


이 말을 자신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는 앞에서 일부러 했단다.


저녁을 먹다가 아이가 이런다.

딸: 난 우리 아빠가 이상형이라서 아빠보다 괜찮은 사람 나타나야 사귈래.


남편이 밥 먹다 말고 입꼬리가 올라간다.


나: 아빠가 뭐가 좋은데?

딸: 재밌고 똑똑하고 착하고 완벽해.


옆에 있던 아들이 끼어든다.

아들: 외모는?

딸: 아빠 결혼식 사진 보면 잘 생겼었어. 그땐 지금처럼 뚱.... (딸은 말을 멈춘다.)


모두 말을 멈추고 밥을 먹다가 슬쩍 남편을 본다.


남편은 다 먹고 일어난다. 다음 예상되는 말을 아무도 더 묻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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