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은 친구같은 관계다가 가장 안 좋은 이유
친구 같은 딸이 있으면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친구 같은 딸?' 딸과 엄마가 친구처럼 지내는 것이 좋아 보이기도 한데 그게 좋은 관계인지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나와 엄마와의 관계를 보면, 결혼 전까지는 정서적으로 독립되지 못했고 결혼을 하고 나서도 2년 간은 정서적 연결이 있어서 많이 힘들었다. 엄마가 섭섭해하시는 것들이 느껴지고 전화 통화를 하거나 뵙고 오면 한동안 마음에서 화도 올라오고 속상한 마음도 들어서 혼란스러웠다. 내가 나쁜 딸이 된 것 같고 엄마에게 모질게 대한 것 같아 죄책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엄마는 아직도 나를 자신 품 안의 딸로 여기시는구나 싶었고 집에 오시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엄마는 마치 결혼 전처럼, 우리 집구석구석을 청소하시느라 바빴다. 정작 이야기 나눌 시간보다는 엄마가 오시는 것 자체가 청소 때문에 부담이 될 지경이었다.
엄마는 힘들게 청소를 하시면서, '왜 이렇게 지내느냐?' '이렇게 하고 지내야 한다.' 등의 이야기를 하셨다.
나는 여전히 엄마와 살았던 그때의 어린 내가 된 기분이었다.
그 시간들을 보내면서 지금은 엄마와 많이 편해졌다. 엄마도 좌충우돌하면서, 세 자녀를 홀로 키운 나를 대단하다고 해주시기도 하고 부족한 구멍들이 많은 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시려 노력하신다.
결혼할 때, 집안 살림도 숟가락 하나라도 함께 고르고 싶었고 내가 선택을 하고 싶었는데 엄마께서 이미 다 알아서 결정을 하셨고 나의 의견은 없었다. 그래도 없는 형편에 나를 위해 해주시는 것만도 감사했었다. 사실 결혼 전까지도 주로 엄마가 사주시는 옷들을 입고 다니기도 했었다. 다행히 결혼을 조금 일찍 해서 그 부분은 해결되었다.
조금 열악한 지역에서 자란 탓에 항상 딸들 걱정이 크셨던 엄마는 가게를 하시면서도 우리랑 함께 계셨고 보호하시며 걱정도 많으셨다. 엄마의 고생하시는 모습을 지켜본 첫 딸인 나는 엄마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바람이 컸고 엄마께 나의 힘듦과 고민보다는 엄마가 좋아하실 것들을 주로 말했었다. 자랑스러운 딸, 멋진 딸이 되어 엄마를 행복하게 해 드리고 많이 웃게 해드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랬던 나도 딸을 낳았다. 막내딸은 나의 어린 시절과 달리 야무지고 독립적인 아이였다. 두 돌 때부터 혼자 자고 싶어 했고 자신의 선택이 중요했다. 호불호가 명확했다. 막내였고 오빠들 밑에 딸이어서 내가 끼고 귀여워해 주며 키울 수도 있었을 텐데, 딸은 자기 의사도 분명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지속하는 스타일이었다. 설득 자체도 아들들처럼 쉽지가 않았다. 학교 이야기도 잘하는 편이 아니었고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시점부터는 혼자만의 시간들을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내심 서운하기도 했었다.
최근에 딸과 엄마와의 정서적 거리에 대한 영상을 보고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엄마들은 이상하게도 딸에게 자신의 감정적인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 하고 위로받고 공감받으면서 마치 친구처럼 소통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얽히고설킨 감정적 융합상태가 관계를 망치고 딸을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나도 딸에게 그런 모습이 있지 않았을까?'
'내가 힘들 때 딸에게 그 이야기를 풀어놓는다거나 딸이 내 이야기를 이해해 주고 같이 고민을 나눌 상대로 다가와주길 바라진 않았을까?'
그래서 딸이 독립적이고 시시콜콜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서운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되물었다.
딸과 엄마는 친구관계가 될 수 없다. 아니 되어서는 안 된다.
어른인 엄마는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특히 부정적 감정의 흐름을 딸에게 전염시켜서는 안 된다. 무의식 중에라도 말이다. 딸은 부모의 보호와 돌봄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지 부모와 같은 위치가 아니다. 딸이 과도하게 엄마를 심히 안쓰럽게 여기고 엄마를 위해 자신이 희생하여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 그게 효녀이고 착한 딸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이와 영상에 대한 간단한 내용을 나누면서, 아이에게 엄마인 내가 깨닫게 된 부분들이 있었다고 말을 했다.
이제는 엄마도 의도적으로 더더욱 너와의 관계에서 건강한 거리를 두고 '조금 멀리서' 너를 지지하고 매일의 독립을 응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너는 스스로 알아서 잘하는 아이이고 엄마에게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는 도움을 청할 줄도 아는 아이니까 걱정이 안 돼. 너는 그동안도 야무지게 잘 해왔어.'라고 말하며 엄지척을 했다.
엄마의 감정은 딸에게 생각이상으로 영향을 미친다. 친밀할수록 더 그렇다. 그것이 선을 넘으면 자녀에게 스크래치를 남기고 부담을 주며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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