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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Aug 21. 2022

디스코 머리 땋다가 눈물 나다.

손재주 없는 엄마는 어쩌나요? ㅠ

아들 둘에 막내가 딸이에요. 워낙 임신 중에 고생하고 임신성 당뇨에 중간에 유산도 2번 되고... 첫째는 역아였고 둘째, 셋째는 한 달씩 먼저 나왔어요.


셋다 3킬로대로 나왔고 건강히 자라서 성별은 아예 중요하지 않았고... 유산 안되고 건강히만.. 눈물로 기도 했습니다.


막내는 딸인데 제가 워낙 손재주가 없어서... 예쁜 머리는 엄두도 못 내고... 핀이나 장신구를 사용해서 대신 꾸미는 정도가 다였어요. 센스 있는 엄마도 아니다 보니... 막내도 치마나 액세서리 등엔 그다지 관심이 적고요.


음악공연으로 피할 수 없는 첫 디스코 머리에 도전하는 날이었어요. 교회 끝나자마자 가는 일정이라 아침부터 잔뜩 긴장하며
조금 일찍 일어났어요.


어제 유튜브 보고 방법은 점검했고 시범으로 대충

따 보기까지.


1시간 반 정도 잡고 머리를 는데... 머리는 엉키고 손에서 빠지고 계속 다시 다시.... 물도 묻혀보고... 맘처럼 안되니까 이마에 땀범벅. 손은 부들부들. 땀나니 더 머리가 손가락 틈으로 안 빠지고 달라붙어 난리가 났어요.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클. 났. 다.



 모습딸을 보니 계속 불편하게 1시간 넘게 앉아있고 머리 계속 당기고 아픈데 엄마는 낑대니... 딸은 꾹 참고 기다리는데 눈엔 눈물이 대롱대롱 달렸더라고요.



아들들 교회 지각이라... 일단 남편이 애들 데리고 가고

딸이 아무래도 답이 없어 보였는지... 유튜브를 다시 보면서 해보자 합니다.



"엄마가 방법은 알어. 능숙하지 않아 그런 거야." 말은 했는데 영 안되니까 딸 말이 맞다 생각합니다. 다시 멈춰가며 따라 하는 중.


돌아온 남편이 안쓰러웠는지 선풍기를 돌려주며 하는 말..


"오는 길에 보니 미용실이 있더라. 고생하지 말고 머리 땋아줄 수 있냐고 물어보자고. 1, 2 만 원 정도면 해주려나?"


구세주를 만난 기분. 딸이 엄지척을 합니다. 너무 좋은 생각이라며...


선풍기 바람 때문에 머리가 날려서 다시 방향을 바꾸고 마지막 한 번만 도전하고 안되면 그러자 의견을 모았어요.


어머낫. 웬일인지. 마지막 10번 만에 그래도 나쁘지 않게 머리가 땋아졌습니다. 딸도 좋아하고 뒷모습 찍어서 물어보니 딸도 만족합니다.


이렇게 드디어 완성한 머리...


손재주 없는 엄마도 속으로 울고 싶었던 1시간 남짓.


조금 엉성하고 잔리 삐죽이지만... 제가 땋은 머리입니다.

디스코 머리는 손재주 없는 엄마에겐....


디스코 머리= 이고 사랑이고 최선이었습니다.



피아노 선생님의 위로 답변 첨부합니다.


"어머니. 괜찮아요. 멀리서 찍고... 옆모습 위주라 티 잘 안 날 거예요."


이모티콘 하나 날려드립니다. 주여~~~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감사합니다. ♥️ 슨생님. ㅠㅠㅠ


#디스코머리 #손재주 #딸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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