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적이고 조용한 아들과 인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곤 한다. 아이는 친한 친구는 없지만 대신 부모와의 관계가 좋고 경청을 잘하는 강점이 있어서 나하고도 대화가 잘 되는 편이다.
인간관계를 위해 엄마가 했던 한 땀 한 땀의 노력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여중, 여고, 여대였기에 남자친구들과 함께 친해질 수 있는 기회들을 일부러 많이 만들었다. 서슴없이 남자사람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었던 의외의 요소 중 하나는 수많은 미팅과 만남의 시간이었다.
술은 먹지 못해도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 처음에는 성격 탓에 어색하고 수줍음도 있었지만 익숙해지면서 모임을 주도하기도 하고 유머러스하고 재치 있는 의외의 면모를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다.
특히 남자 사람 친구들을 만나면 너무 편했다. 대부분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나의 말도 쿨하게 넘기는 모습들과 나도 단순한 면이 있어서 더더욱 자연스럽게 말이 나왔다.
더 나다운 모습이 잘 나오기도 했다.
s대 영재고 출신의 친한 남자사람친구에게 고민 상담을 해주기도 하고 어느덧 어느 모임에 가서든 재밌고 인기가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때론 고백을 받는 일들도 있었지만 따로 사귀는 남자친구(지금의 남편)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거절을 할 수 있었다.
학부모로서는 엄마들과의 관계를 연습할 수 있었다. 아들 두 명, 막내는 딸이라서 아들 엄마들도 만나고 딸 엄마들도 만났다. 정말 좋은 엄마들은 여전히 친구로 지내고 있지만 간혹...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다양한 엄마들을 만나면서 황당한 경험도 하고 중간에서 난처한 경험도 있었지만 그것이 나만의 인간관계 콘텐츠가 되었다.
기 센 엄마를 대하는 방법, 예민하고 불안이 많은 엄마를 만났을 때 거리두기 방법, 험담하고 비교의식이 심한 엄마에게 대처하는 법 등 다양한 내용으로 글을 작성하고 팁 영상도 찍을 수 있었다.
전화를 받을 때까지 40통 넘게 하는 집착형 엄마도 만난 적이 있었다. 휴~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지만 인생의 쌉싸름함도 배울 수 있었다.
세 아이 어린 시절에 잠시 외국에서 생활할 기회가 있었을 때도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고 집에 초대하고 초대받아 가기도 하면서 (영어실력은 부족했지만) 회피하지 않고 이 기회들이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이라는 생각으로 적극성을 발휘하였다.
말을 잘 못해도 대하는 진심이 통한 것일까? 외국 친구들(주로 아이들의 엄마들)이 먼저 다가오고 모임에 초대를 많이 받았다. 외국엄마들과의 시간이 재밌고 신선했다.
그곳에서 한인교회가 처음으로 세워질 때 나도 함께 참여하여 모임을 이끌기도 하고 주로 안내담당을 맡아서 유학생 청년들을 챙기는 역할을 하였다.
이때 젊은 청년들과의 시간을 통해 세대 간 소통하는 능력들이 하나씩 장착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청년들이 나와 대화하면 많이 재밌어했고 편하게 농담을 주고받는 일들도 많아졌다.
한국에 와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모임에 참여하면서 서슴없이 토론하고 다양한 연령층과 대화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클래식 독서 모임에 참여하여 독서 덕후 선배 선생님들과의 만남을 꾸준히 지속할 수 있었다. 책 모임인데 다양한 연령층이 있고 인생 선배님들에게 배우는 부분들이 많았다.
교회에서는 청년들과 함께 봉사를 하고 있다. 20대~ 30대 중반이 주축인 곳에서 (내 나이) 40대 초~ 지금 40대 중후반까지 함께 교사 모임도 하고 현재도 소통하면서 배우는 것들이 많다. 젊은 층과 어떻게 소통하며 대화를 나누면 좋은지도 경험을 통해 익숙해지고 70이 넘으신 선생님과도 내가 중간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학교출강 강사로서 아이들을 만나고 부모양육코칭 강사로는 학부모들을 만나고 시니어 인지 방문, 인공지능 강사로는 시니어분들을 뵈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나만 나중에 투입되어 어색했던 모임(동기들은 19년 차 친구들임)에서 7년을 버티고(?) 적응하니 그곳에서도 리더가 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서운한 경험도 있었고 어색함도 있었지만 한 명씩 마음을 열고 친해지는 기회들을 가지면서 관계가 확장이 되었다.
마음을 사려면 진정성이 필요한데, 그 진정성은 지속적인 연결의 시간이 필수다.
어색함도 어느 정도 버텨야 적응이 된다.
그 버티는 과정이 큰 도움이 되었다. 나름의 인간관계 성공경험(?)이기도 했으니까. 그 이후로는 어느 모임에 가든지 나는 먼저 말을 걸고 관계를 잘 맺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오히려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만남이 설레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거나 할 필요 없이 그냥 자연스럽게 적응, 흡수될 수 있었다.
인간관계라는 것을 원래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실수하고 상처도 받아보고 사과도 하면서 하나하나 배워가는 것이 다인 것 같다. 익숙해지기까지의 발효가 되어가는 숙련의 시간.. 그 시간들이 쌓여 인간관계에서 즐기고 누리는 단계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람과의 엮임이 힘들어서 번아웃도 온 적 있던 내가 (그 시간을 지나면서) 지금은 사람을 만나면 참 좋다. 다양한 생각과 성격, 다름 조차도 거부하지 않고 배움의 시간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간다.
인간관계에는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모든 사람과 다 잘 지내려고 하면 결국 지치게 되고 자칫 사람이 싫어지게 될 수도 있다.
사람이 싫어지지 않을 정도로 적절한 거리 두기를 해야 하고 남과 잘 지내려면 먼저 내가 나 자신에게 관대해지고 나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건강한 자기 사랑이 필요하다.
인간관계 꿀팁이 있으시다면 댓글에 달아주세요. (저는 이제 인생의 반을 살았기에 아직도 배워가야 할 부분들이 많습니다. 겨우 아들에게 이야기해 줄 정도까지 온 것 같아요.)
결론: 인간관계는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부딪혀봐야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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