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내용이 생각나지 않을 때도 글을 쓰는 방법
전에 어떤 작가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자신은 매일 무조건 글을 쓴다고 하시더라고요. 자신은 잘 쓰거나 재능이 있는 작가가 아니라서 성실함, 인내, 매일의 노력으로 승부를 본다고 하셨습니다. 술을 먹고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인 날도 자신은 늘 하던 습관처럼 컴퓨터에 앉아 자판을 두드린다고 합니다.
다음날 자신이 써놓은 글을 보니, 졸다가 쓰고 졸다가 쓴 흔적들로 지워야 했고 자판을 얼마나 두드렸는지 손가락 끝에 미세하게 피멍이 들어있었다고 해요. 이미 여러 권을 출간하신 작가님도 이렇게 겸손하고 성실하게 노력하시는데, 저처럼 가야 할 길이 한참 남은 사람이 과연 어떤 핑계를 댈 수 있을까?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오늘 해야 할 일정들을 해놓고 의자에 앉았습니다. 어제, 그저께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기억을 회상해 봅니다. 글감을 찾고 있는데, 대학생 큰 아들이 10살이 되어가는 우리 강아지 산책을 시킨다고 가슴줄을 매고 있습니다.
창밖을 봅니다. 바람에 미세하게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봅니다. 이렇게 기분 좋은 날씨에 엄마 모시고 또 나들이를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아차! 오늘 출강일이지.'
어제는 독서모임에서 악령 2를 가지고 나눔을 하였습니다. 배경지식이 부족한 저로서는 다 읽어가는 과정 자체도 쉽지 않았고 정리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모임에 빠질 수가 없었어요. 나눔을 하는 과정 속에서 생각이 정리가 되고 제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시각도 발견하게 됩니다. 8년 넘게 독서모임을 지속하게 된 이유이기도 해요.
어제 오전에는 시니어방문수업을 갔습니다. 작년 9월부터 만나온 회원분이신데 이제는 친근감도 생기고 그 시간 자체가 편안합니다. 9개월 동안 꾸준히 학습을 이어오신 회원님에게 놀라온 변화가 생겼습니다. 한 달에 4주짜리 교재로 수업을 하고 한 주에 1권씩 끝내는데요. 교재는 일정한 규칙으로 비슷한 패턴이 있어요. 기억력 강화, 교구 수업, 주의 집중, 회상 등 인지와 정서를 돕습니다. 단기 기억력은 전보다 잃어가고 계시지만 반복되는 패턴이 훈련이 되어 문제를 읽자마자 어렵지 않게 문제를 해결해 가십니다.
<자신만의 방법을 찾으신 회원님의 눈에서 어딘지 자신감의 눈빛도 발견합니다.>
<인지 장애조차도 매일의 꾸준함을 이기기는 어렵구나 싶습니다.>
제가 칭찬을 해드리니, 자신이 요령이 생긴 것 같다고 겸손하게 답을 하십니다. 요령 자체도 문제를 이해하고 적용하는 기술이 느신 거라서 그것도 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계신다고 다시 구체적인 칭찬을 드립니다. 사실 정서에 대한 학습을 하다 보면, 자기 이야기를 해야 할 때가 있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으시는 것도 연세 드신 남자어르신들께는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그럴 때는 꼭 적거나 저에게 이야기를 해주시지 않아도 되시니, 자신만의 기억을 한 글자로 표시만 해주셔도 충분하다고 말씀을 드립니다. 누구나.. 인지 장애를 겪고 계시던지, 젊던지, 어리던지 나이가 있던지 여부와 상관없이, 자기 개방에는 스스로의 결정과 선택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요즘 참 다양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초, 중, 고 친구들을 만나고 교사들을 만나고 있고요. 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을 뵙고 있고 칼럼을 작성하기도 합니다. 방문 수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브런치 수업도 개강을 하였고요. 부모교육 관련하여서도 지원을 하여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는 일, 삶 속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참 즐겁고 보람이 됩니다. 저도 함께 성장할 수 있으니 더더욱 신바람이 납니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하나 써야지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어느새 소소한 이야기들이 생각이 납니다. 기록의 힘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번씩 달아주시는 댓글을 보면 또 위로가 되고 힘이 됩니다. 그것을 알기에 저도 잊지 않고 댓글을 달아야지 생각하게 되고요. 다음번에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생각이 났어요.
글은 글을 부르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글감을 찾고 계신 분들께, 저의 소소한 일상이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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