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아침 일찍 데이케어센터 출강이 예정되어 있고 오후에도 학교출강이 있는 날이었다. 막내가 일어나더니 눈이 잘 떠지지 않는다면서 눈의 불편함을 호소하였다. 밤에 드림렌즈를 낄 때도 조금 아파했던 기억이 났다.
나: 어제 늦게 잤어?
딸: 아니. 엄마 한쪽 눈이 아파서 어쩌지? 눈을 뜨기가 힘들어.
나: (마음은 걱정이 되었으나 다른 말이 나온다.) 학교 못 가? 또?
딸: 이렇게 갈 수는 없지 않을까 싶어. 어쩌지?
나: 엄마. 오늘 바쁜데... 많이 아픈 거 아니면 가면 좋겠는데...
딸: 못 갈 것 같아.
이러다가 발끈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나: 그러길래 좀 무리하지 말지. 어제 드림렌즈 한쪽 낄 때 아프다고 해서 엄마가 빼고 자라고 했잖아. 에구. 또 선생님한테 엄마가 연락해야 하지? ㅠㅠ
갑자기 내 입에서 아이를 비난하는 소리가 나왔다. 건강관리 평소에 잘하고 해야 할 일들 있으면 미리 하고 일찍 자야지 된다는 둥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아차 싶었다.
우리 아이는 지금 아프고 엄마로서, 아이가 아픈 거를 걱정하는 게 당연한 건데, 내가 왜 화를 내고 있을까?
화나는 감정을 들여다보았다.
1. 나는 오늘 병원에 갈 시간이 빠듯하다. 아이 혼자 보내기엔 안과가 멀다.
2.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선생님께 벌써 2번이나 결석계를 냈다. 너무 잦은 거 아닌가 싶었다.
3. 걱정이 되었다. 아이의 눈 건강 등
4. 오늘 학교와 학원을 또 빠지면 토요일에 아이가 보강으로 힘들 것이 눈에 보였다. 시험 기간이라서 보강을 안 갈 수도 없고 아이가 힘든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주말까지 학원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잔소리를 하다 보니, 내 입에서 '엄마는 아파서 학교 안 간 적 없다.'는 이야기까지도 나오게 되었다. 그전에 멈췄어야 했는데.. 이젠 아픈 아이를 직접적으로 비난하게 된 것이다. 아픈 것의 원인을 엄마인 내가 찾으려고 하면서.. 난 의사도 아니고 사실 아픈 아이가 가장 힘들 텐데..
바로 미안한 마음에 사과를 하러 아이 방으로 들어갔다.
나: "아프면 제일 힘들고 속상한 건 너였는데, 엄마가 너한테 너무 했다. 미안해. 정말. 엄마도 걱정이 되었는데 말이 그렇게 나갔어. 왜 그랬는지.. 엄마가 참... 사실은 걱정이 되었어."
아이: 아니야. 엄마도 바쁘니까 시간도 없고 또 나를 챙기려면 쉽지 않을 것 같아. 이해해.
나: 학교 빠지는 거 네가 더 싫을 텐데.. 그렇지?
아이: 응. 요즘 수행평가도 있고 해서 시험 전이라 빠지면 싫긴 하지.
나: 그래. 엄마랑 이따 안과 가자. 엄마 일 끝내고 같이 갈 수 있어. 미안하다.
아이: 응. 알겠어. 엄마.
모든 행동과 말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걸!
유독 갑자기 화가 나는 감정이 들었다면, 내 안에 해결되지 않은 불안이 있어서 그랬다는 것을...
아이들은 부모의 잘못을 금방 용서해 주는 존재들이다.
오늘도 나는 완벽하지 않고 실수하는 엄마였지만, 그래도 바로 사과하는 엄마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사과하지 않고 내 자존심만 내세우기보다, 진심 어린 사과로 내 아이의 마음을 지키는 일이 더 먼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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