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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Feb 01. 2022

전생의 부모를 찾다

우리 고을의 옛이야기 <옛이야기 속으로>

거창읍 송정리 덕곡동네와 접경을 이루고 있는 마리면 하고리에 씨악실이라는 마을이 있었다. 원래 동네의 소나무 위에 학들이 집을 짓고 살고 있다 하여 소학실로 불리웠는데 그 후 소학실이 씨악실로 변하였다고 한다. 씨악실에는 전설이 하나 내려오고 있다.


옛날 이곳에 가난한 영감과 할미가 늦도록 자식 없이 살다가 쉰이 넘어서야 아들을 하나 낳았다. 늦게 낳은 자식이라 두 노인은 금이야 옥이야 하고 귀하게 길렀지만 워낙 찌든 살림이라 풍족하게 입히지도 먹이지도 못하며 길렀다. 그러니 자연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를 잘 먹이고 키우는 것이 소원이었고, 못먹여 키우는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려 가슴이 아팠다.

아이가 어느덧 다섯살이 되었을 때 하루는 씨악실 모퉁에에 있는 건계정에 임금님이 행차한다는 소문이 나서 할미가 아이를 업고 임금님 행차 구경을 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룬 가운데 할미도 위풍있고 호화찬한한 임금님이 행차를 멀리서 구경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업고 있는 아이가 할미 등을 기어오르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어무이! 어무이! 나도 커서 후에 저래 될래."

할미가 아이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주위를 살피고는 얼른 말하였다.

"너는 부자가 되어야지.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면 잘 먹고 잘 입을 수 있다."

할미가 이렇게 말한 것은 임금이 된다고 하면 당장 죽게 될 것이고, 또 하층신분으로 그렇게 될 수도 없을 뿐더러 이때까지  아이를 제대로 못 먹인 탓에 한이 되어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아이는 그 후 시름시름 앓더니 드디어 죽고 말았다. 아이가 죽자 영감 할미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아이를 뒷산 양지 바른 곳에 묻어 주면서 넋두리를 했다.

"후생에 태어날 때는 부자집에 태어나서 잘 먹고 잘 입어라."

그리고 비록 어린 나이에 죽었지만 아이가 죽은 대보름날에는 음식을 차려놓고 아이의 제사를 꼭 지내주었다.


한편 죽은 아이는 저승에 가서 부자집에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여 과거에 급제하게 되었고, 마침내 암해어사가 되었다. 그리하여 팔도암행의 길에 나서게 되었는데 이상한 것은 이 암행어사가 정월 대보름만 되면 꿈을 꾸는데 그가 산골길을 넘어 어느 촌락의 오두막집에 들어가서는 배불리 먹고 나오는 꿈을 꾸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계속적으로 똑 같은 꿈을 꾸게 되어 이상하게 생각하고, 각 고을을 돌아다니면서도 꿈에 본 길과 오둑막집이 있는가 없는가를 유심히 살피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암행어사가 드디어 씨악실에 당도하였다. 어사가 마을에 당도해 보니 그 동네는 어사의 꿈에 나타나는 동네였다. 어사가 마을로 들어가서 정월 대보름날 제사가 드는 집을 수소문하여 그 집을 찾아가니 어사가 꿈에 본 바로 그 오두막집이 있었다. 그 집에는 백발이 성성한 영감 할미가 있었다. 어사는 그들로부터 정월 대보름날 제사를 지내게 되는 사연을 들었다.

그리고는 그들이 자신의 전생 부모임을 알고 자기의 친부모와 같이 정성껏 잘 섬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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