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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Jan 29. 2022

중바위 이야기1

우리 고을의 옛이야기 <옛이야기 속으로>

  갈기미(노구)와 큰못개(대지포) 사이의 10리 길은 해안을 따라 산등성이가 아홉, 골짜기가 아홉으로 구비치며 주민들의 한을 품은 곳이다. 지금은 물미로(물건-미조)가 개통되어 바다의 수산물 운송과 관광 해안도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도로 개통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이 도로 가에 남녀 사이 상사를 푸는 바위가 있었다고 하는데, 상사곶이라고 한다.

  큰못개에서 갈기미까지는 수많은 고개가 굽이굽이 이어진다. 이름 하여 아홉등 아홉구비라고도 하고 아홉사리로 불리기도 한다. 그 중간 즈음 사량도, 두미도 등 수많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좋은 곳에 중바우라는 바위가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솔솔 는 어느 쾌청한 날 물건 마을에 살고 있던 아낙이 친정인 미조를 다녀오다가 지친 다리를 잠시 쉬기 위해 여느 때처럼 바위에 잠시 걸터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마침 지나가던 인근 절의 스님도 그 바위에 쉬게 되었는데, 때마침 바람이 불어 아낙네의 치맛자락이 날리고 젊은 여인은 본의 아니게 새하얀 속살을 스님에게 드러내 보이고 말았다. 속세를 떠난 스님의 마음은 벌써 아낙의 치마를 들추고 있었으나, 불가에 몸을 담은 승려이기에 음심을 달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지만 흔들린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다.

  스님은 결국 아낙을 덮쳤고 아낙은 정조를 잃지 않기 위해 몸부림을 치다가 엉겁결에 스님을 발로 차서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뜨렸다. 불심이 깊지 못했던 스님은 벼랑에서 떨어져 깊은 바다에 빠져 죽었다. 아낙은 놀라 황급히 떠나 그곳에는 이야기만 남게 되었다. 이후 이곳 사람들은 그 바위를 중바우, 중바위라고 불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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