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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Apr 17. 2022

혼례1

한국 문화의 원형을 찾아서 <내가 읽은 책과 세상>

들머리     

 근래까지 결혼을 말할 때  한국사람들은 남자는 장가든다고 하고, 여자는 시집간다고 말해왔다. 이 말은 결혼에 대한 남녀의 관점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똑같은 중대사를 두고 왜 우리는 성별에 따라 이렇게 다른 말을 써 을까? 이 두 말을  오늘 결혼하는 한쌍의 신혼부부에게 비추어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리는 한번도 가정해 본 적이 없다. 곧이곧대로 시집장가라는 말에 따라야 한다면 큰 사달이 날 것이다.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이들 부부는 신랑은 장가(장인의 집)로 가고, 신부는 시집(신랑 부모의 집)으로 가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집장가는 일종의 환유적 표현으로 보아 온 것인데, 그렇다 하더라도 시집과 장가 사이에는 아리숭한 무엇이 놓여있는 것은 여전하다.


 요즈음 기사에 따르면 최악의 남성 혐오 커뮤니티는 메갈리아에서 비롯하여 워마드로 변모해 왔다. 극단적 남성 혐오주의자들은 인류 역사상 남성들이 저질러 온 여성에 대한 모든 혐오와 핍박, 불평등에 대하여 똑같은 수준 혹은 그 이상으로 보복하겠다는 기세로 남성우월주의를 몰아붙인다. 이들은 때로 남성우월주의자를 넘어 평범한 남성까지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격하는 데에까지 나아갔으며 또 정당화하려 든다. 성당에서 가장 신성시하는 성체를 한국의 워마드 일원이 모독한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온 적도 있다. 과연 이들의 칼끝이 겨누는 궁극의 과녁은 무엇일까?

     

  남성이 여성을 억압하고 지배해온 역사는 특정 지역과 시대를 초월하여 유구하면서도 장대하다. 특히 유럽의 역사에서는 예외를 찾아보기가 힘들 만큼 허다하다. 동양에서도 유목문화를 꽃피웠던 북방지역에서 우리는 이 악습과 종종 부딪힌다. 중국의 왕소군 설화에는 북방 흉노의 선우 호한야가 죽고 그의 아들 복주누약제가 선우로 등극하자 아버지의 알씨였던 왕소군을 다시 자신의 알씨로 취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나라에서 시집온 왕소군은 남편이 죽자 아들의 여인이 되어야 했던 것인데, 한족 문화에서 자랐던 그녀는 그러한 자신의 신세를 어떻게 여겼을까? 그야말로 해마다 ‘봄이 와도 봄 같지도 않은(춘래불사춘)’ 팔자라고 여기지는 않았을까? 보기에 따라 야만적인 흉노의 이 풍습은 아버지의 자리에 형이 들어오면서 형사취수제로 변모한다. 남성이 지배하는 북방지역의 유목 사회에서는 여성이 한낱 재산으로 취급되었다는 실마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고구려에도 있었던 것으로 전하는 이 풍습은 전형적인 북방문화의 한 단면일 것이라고 역사가들은 말한다.     

  

  한편 오늘날에도 티벳의 여러 지역과 중국의 나시족에게는 일처다부제가 남아 있다. 일처다부 풍습은 형사취수제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비껴가는 지점이 있다. 남성의 관점으로 일관된 형사취수제와는 달리 일처다부제에는 여성의 관점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한 여인이 몇 명의 남성과 혼인하느냐(혹은 거느리느냐) 하는 관점으로 바라보는 관습이기 때문에 이 사회는 마치 여인 천하처럼 보인다. 촌장직도 당연히 여성이 차지하고 주된 산업활동을 여성이 도맡으며 마을 중대사안들을 결정하는 것도 여인들이다. 남자들이 하는 일이란 고작 아이를 돌보거나 놀며 지내는 일이라는 점이 우리로서는 놀라울 뿐이다.

     

  정도는 다르긴 하지만 어딘가 닮은 듯한 풍습이 우리에게도 있었다. 삼국사기에서 ‘박제상’으로 불리는 신라의 한 충신이 왜 삼국유사에서는 ‘김제상’으로 불리는 것일까? 고구려와 백제, 고려에는 여왕이 단 한 사람도 배출되지 않았는데, 유독 신라에만 여왕이 세 사람이나 나왔을까? 우리의 옛이야기 가운데는 복을 타고난 딸, 운명적으로 복이 많은 아내, 복을 이고 진 며느리 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많은데, 왜 남자가 아니고 여자가 영웅으로 등장하는 이야기가 이다지도 많은 걸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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