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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May 22. 2021

달구산 이야기

- 남해군의 옛이야기 2 <옛이야기 속으로>

지금의 남해읍에서 이동 쪽으로 오다보면 초곡마을 북쪽에 달구산이 있는데 옛날에는 닭곡산이라 불렀다. 아주 먼 옛날 언제인지 모르나 그 산 밑에 늙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마음씨가 좋지 못하고 매우 욕심쟁이였으며 제 잘못을 뉘우칠 줄 모르는 고약한 사람이었으나, 할머니는 마음씨가 착하고 진실하며 상냥한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잠긴 대문 밖에서 스님 한 사람이 시주를 청하기 위하여 염불을 외위며 문을 두드리니 처음엔 주인이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런 부잣집에서 시주를 안 받고는 갈 수 없다고 또 문을 두드리니 이번에는 시주할 것이 없으니 가라고 하였다. 그래도 스님은 돌아갈 줄 모르고 염불을 외우며 시주하기를 기다렸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안 되겠는지 소의 똥을 자루에 싸서 스님에게 주었다. 이를 지켜 본 할머니는 스님에게 그렇게 하면 되겠느냐고 마음먹고 몰래 곡식을 가지고 스님이 떠나간 뒤를 달려 갔다.


할머니는 스님께 달려가서 “스님 이것을 가지고 가십시오.” 라고 하면서 우리 영감은 천성이 고약해서 그렇게 하였으니 좋은 마음으로 돌아가라고 하였다. 그러자 스님은 할머니에게 “며칠 뒤에 당신의 집 마당 한가운데서 물이 솟아날 것이니, 당신은 지체 없이 뒷산으로 몸을 피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이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말고 또 산 위로 올라가는 동안 절대 뒤돌아보아서는 안 됩니다.” 하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할머니는 닭을 좋아하였는데, 평소에 한가할 때면 뒷산 기슭에 닭 모양을 한 바위를 찾아가 그것을 어루만지면서 놀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스님이 말한 대로 마당 한가운데서 물이 펑펑 쏟아져 나왔다. 할머니는 당황하여 아무것도 생각할 여지없이 뒷산으로 황급히 달려갔다. 한참 가다가 그 산의 중간쯤에서 자기가 좋아하던 그 닭바위 앞에 다다르자 그만 자기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고 말았다. 순간 할머니는 닭바위 앞에서 ‘악’하는 소리와 함께 바위가 되어버렸다.


그 후 사람들은 그 할머니가 좋아하는 닭바위 앞에서 돌이 되었다 하여 닭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나중에 말이 변하여 달구산이라 부르게 되어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다.(남해군 이동면)


출처 : 이동면지편찬위원회, 이동면지, 태우인쇄소, 2007, 4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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