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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May 25. 2021

남해 설화의 짜임과 속살1

- 남해군의 옛이야기4 <옛이야기 속으로>

남해군의 설화는 지명유래설화, 자연물에 얽힌 설화, 역사적 인물에 관한 설화가 주류를 이룬다. 설천면과 고현면 사이에 있는 대국산성에는 축조유래담이 전한다. 설천면 진목리 대국산 밑에 의좋은 형제가 살았는데, 한 처녀를 똑같이 사랑하게 되었다. 형제는 서로 애만 태우다가 형이 먼저 동생 ‘청’에게 “그녀가 두루마기를 짓는 동안 나는 30관의 쇠줄을 발에 묶고 20리 되는 읍에까지 갔다 오기로 하고, 너는 대국산에 성을 쌓기로 하여 이긴 사람이 그녀와 혼인하기로 하자.”고 제안하였다. 동생 청이 먼저 성을 쌓자 형은 미리 약속한 대로 가슴을 찔러 죽고 말았다. 형을 잃은 청이 슬픔에 잠겨 있을 때 왜구가 침입하자, 청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성을 이용해 왜구를 격퇴하였다. 지금도 대국산성에는 왜구의 대포에 맞은 흔적이 남아 있다.


이동면 금산의 상사바위에는 주인의 딸을 사랑한 하인의 설화가 전해 온다. 주인의 딸을 사랑하다 죽은 돌쇠는 죽어서 뱀이 되어 딸의 방으로 들어가 몸을 칭칭 감고 풀어주지 않았다. 주인은 꿈에 본 노인의 말대로 금산에서 제일 높은 벼랑으로 딸을 데리고 가 굿을 하였다. 한참 만에 뱀이 풀어져서 벼랑 아래로 떨어져 죽으니, 이후 이 벼랑을 상사바위라 불렀다고 한다.


남해읍에서 5㎞ 떨어진 무지개골에는 무지개 때문에 헤어진 부부의 이야기가 지명유래담으로 내려온다. 이 마을에는 금실 좋은 한 부부가 있었는데, 어느 날 남편이 무지개를 따라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딸을 데리고 기다리던 아내는 무지개가 뜨면 남편을 부르며 무지개를 향해 걷다 쓰러지곤 하였다. 해가 가도 오지 않는 남편을 위해 남편이 사라진 곳 부근의 바위에서 무사하기를 빌던 아내 앞에 산신령이 나타나 남편이 간 방향을 일러주었다. 그러나 가도 가도 끝이 없어, 남편을 찾지 못한 채 아내는 무지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 뒤 이 마을을 무지개골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 밖에도 장자못 유형의 「달구산 전설」, 유성룡(柳成龍)의 형 운룡(雲龍)의 지략으로 왜군을 무찔렀다는 「가청곡 전설」, 해마다 풍어제를 올리는 가천미륵불에 관한 전설 등 많은 이야기가 전한다.


민담으로는 문철네 복, 수산리 박종포씨 조부 전기로 전하는 돔백이 이야기가 있고, 공상담으로는 화방사 가직대사의 도술이야기가 전해온다.


이렇듯 남해 설화의 구전 상황이 비록 미미한 형편이긴 하나 일부 뜻 있는 향토 학자들과 지방자치 단체의 피땀 어린 노력, 고향을 아끼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협조에 힘입어 남해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져 가고 있음은 다행한 일이다. 전해오는 설화의 수효는 다소 부족하더라도 남아 있는 이야기를 분석해본 결과, 설화의 뿌리가 오래되고, 갈래가 다양함을 알 수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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